△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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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사를 연 2000명 증원한다는 발표를 한 이후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9276명에 이르고 있고, 전공의가 떠난 병원에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피해가 신고된 건수가 2월 22일 현재 149건이라고 한다.

병원은 전공의가 없다며 환자를 거부하고, 환자와 그 가족은 갑자기 밀린 수술 일정을 보며 노심초사 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따라 집단 사직과 파업을 하고 있는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상태다. 극과 극, 강 대 강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대치 속에 죽어나가는 것은 의사에게 자신의 생명을 맡긴 환자와 그 가족이다. 생명을 직접 다루는 의사는 그 특성상 고도의 윤리성과 직업의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에 약 10년에 걸친 교육과 수련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신성함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러한 의사들이 환자가 있는 병원을 떠나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집단적 시위를 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든 용납할 수 없다. 촌각을 다투는 생명이 지금 현재에도 의사를 찾지 못하고, 진료를 거부하는 병원 문 앞에서 좌절하고 있다.

국민들은 집단적 의사 파업의 당부를 떠나 지지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는 비윤리성이 너무나 극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의료계의 해묵은 숙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않고 오로지 파격적인 수준의 의사증원이라는 다소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당사자인 의사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인상 역시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필수 의료분야에 진입하는 신규의사가 줄어드는 현상을 단순히 의사를 증원하는 방식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의료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대책이라 볼 수 없다.

의사가 증원되면 자연스레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과 기대에 따라 의사 증원이 발표된 것이라면, 의사들의 항의가 일견 타당성이 있는 측면도 있다. 이에, 의사정원의 적정한 수준과 함께, 필수 의료에 대한 수가 인상은 물론,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서 드러난 의료행위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역시, 의료계와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발표하는 것이 타당했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바탕으로 의료계와 협의를 해야 한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행동을 즉각 멈추고, 정부는 의료현장을 정상화 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바탕으로 진지하게 의사와 협의를 해야 한다. 정부가 파업에 지휘하는 지도부를 구속하겠다거나 파업에 참여한 의사 자격을 박탈하고, 재판에서 법정최고형을 구형하겠다는 등으로 언급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의사들 역시 파업을 즉각 멈춘 뒤, 앰뷸런스 안에서 병원을 찾지 못해 죽어나간 최근 일련의 사태를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고, 의사 증원을 포함한 다양한 의제를 협상장 안에서 논해야 한다.

“나는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내가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떠한 것들도 멀리하겠노라.”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한 대목이다. 지금 의사와 정부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히포크라테스선서를 다시 음미해 보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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