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윤리협의회, 21일 '법조윤리 위기와 타개방안' 세미나

"승진 등 관계없이 수사·재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 필요"

"기록 안읽고 사건파악 제대로 안해"… '승포판' 양산 우려

△ 이상직 변호사가 21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법조인 4만 시대, 법조윤리의 위기와 타개방안'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이상직 변호사가 21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법조인 4만 시대, 법조윤리의 위기와 타개방안'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판사와 검사가 정년을 모두 채우는 '평생법관·검사제'를 도입해 법조윤리를 바로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업무를 열심히 할 유인이 사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법조윤리협의회(위원장 홍승기)는 21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법조인 4만 시대, 법조윤리의 위기와 타개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이상직(사법시험 36회)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법조윤리 위기 타개방안으로 '평생법관·검사 제도' 도입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2017년 국민 1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검찰과 법원을 불신한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58.7%와 42.4%였다"며 "'법조비리는 조직 차원의 문제에 해당한다'고 답한 비율도 83.1%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위기 속에서 법조비리가 사법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야기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전관 실력보다 인연이 재판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 법률 소비자가 전관을 비판하면서도 분쟁이 생기면 전관을 찾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관이 승진, 선후배, 사법연수원 기수에 관계없이 재판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법관과 재판 중심의 법원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년 전 퇴임이 이례적인 현상이 되는 제도와 문화를 만들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검사가 기소 여부 결정 등에 대한 재량이 커서 판사보더 전관(비리)의 유혹을 더 많이 받는다"며 "평생검사 제도를 검사들의 중도 퇴직을 막는 것은 실체진실 발견을 통한 사법정의 실현에도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이 변호사는 △전관 변호사 윤리 교육 강화 △디스커버리·배심제도 도입 및 활성화 △퇴임 공직자 관리 △법조윤리협의회의 역할과 위상 강화 등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 양은경 조선일보 기자(오른쪽)가 21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법조인 4만 시대, 법조윤리의 위기와 타개방안' 세미나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 양은경 조선일보 기자(오른쪽)가 21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법조인 4만 시대, 법조윤리의 위기와 타개방안' 세미나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평생법관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은경(사시 48회) 조선일보 기자는 토론을 통해 "고법부장 승진제 폐지 후 정년을 채우는 법관이 늘어나며 평생법관제가 확산하고 있는 추세"라면서도 "일부 재판부는 기록도 안 읽고 사건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이른바 '승포판(승진을 포기한 판사)' 양산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법판사에 떨어지면 평생법관 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다니는 등 '승포판'의 저연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재판을 열심히 하는 판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판사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근무평정 제도를 원칙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강태욱 대한변호사협회 제2윤리이사 21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법조인 4만 시대, 법조윤리의 위기와 타개방안' 세미나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 강태욱 대한변호사협회 제2윤리이사 21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법조인 4만 시대, 법조윤리의 위기와 타개방안' 세미나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한편 강태욱(사시 44회) 대한변협 제2윤리이사는 "최근에는 법률시장 성장 정체, 대형 로펌 및 전관 변호사와 개업 변호사 간 매출 격차 등이 법조비리의 주된 원인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장의 경영 위기를 탈출하려는 금품 관련 사고, 매출 확대를 위한 부당광고 경쟁 심화, 법률시장 확대 명목으로 발생하는 비변호사와의 동업 등이 최근 징계사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변화하는 환경에 기존 징계사유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규범과 사실 간 괴리에 따른 문제가 제기될 우려가 있다"며 "법조윤리 회복을 위해 새로운 방안의 모색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날 손창완(사시 39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성일(사시 41회) 의정부지검 부장검사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권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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