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청소년 위한 쉬운 말 판결과 당부' 판결서에 담아

경어체 사용, 당부의 말 담아 '치유와 회복' 걸맞은 판결문 '호평'

"억울한 점 풀고 친구들과 행복한 관계 누리는 학창시절 되기를"

해당 재판부, 2022년 청각장애인 위한 '이지 리드' 판결문도 판시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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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통해 본 원고의 모습에 비추어, 원고는 이번 일을 거울삼아 멋있는 어른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인생을 살면서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이 점에서 어른들이 좋은 본이 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어른으로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학교폭력 사건으로 소송 당사자가 된 학생을 위해 판시 내용을 쉽게 풀어쓴 판결문이 나와 화제다.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경어체를 쓰고, 당부의 말을 담아 법조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강우찬)는 A학생이 서울시 북부교육지원청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에서의 봉사 2시간 등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지난달 26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유 부문에 '청소년인 원고를 위하여 쉬운 말로 정리한 판결의 내용과 당부'라는 제목으로 별도의 판결서 지면을 할애해 제공했다. 

재판부는 "최근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들의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종류의 갈등이 교육적 해결과 공동체적 조정과, 자치적 화해와, 회복의 과정을 통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단순히 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만을 판단하는 법정이라는 장으로 그 무대를 옮겨오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습니다"라며 "이런 추세가 강화 될수록, 어른들이 대신해 전면에 나서게 되고, 우리의 아이들은 더욱더 갈등을 스스로 조정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상을 살면서 최소한의 금지규범인 법보다 우선하여 추구하고 지켜야 할 삶의 지혜와 공동체의 도덕규범과 공동선이 있습니다"며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과 분쟁이 법률적 분쟁으로 비화되면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러한 것들을 가르쳐주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라고 했다. 

또 "A학생의 행위가 사춘기 시절 친구들과 뒷담화를 하거나 감정을 미숙하게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서 따돌림 또는 그 밖의 학교폭력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봤습니다"며 "구체적으로 따져보니, 학교폭력예방법에서 정하고 있는 '학교폭력'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억울한 점이 풀어지고 친구들과 행복한 관계를 누리는 즐거운 학창시절이 되었으면 합니다"라며 "쉽지 않지만 이번 일을 통해 원고가 한 걸음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위와 같은 글을 덧붙입니다"라고 당부했다.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작성한 판결서의 내용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작성한 판결서의 내용 

해당 재판부는 2022년 12월 청각 장애인 B씨가 낸 소송 판결문에서 삽화를 활용해 넣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의 엄밀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지 리드(easy-read)' 방식으로 최대한 쉽게 판결 이유를 작성하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2021구합89381). 

이와 관련, 지난해 3월에는 양정숙 의원이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거나 인지능력이 다소 떨어져 사법절차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이지리드 판결서나 점자 판결문 제공을 의무화하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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