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지 변호사
△ 권민지 변호사

지상파 방송사들이 유튜브로 진출한 지도 오래되었다. 이들의 카드 중 하나는 대(大) 스트리밍 시대 이전의 영상이었다. 영상의 제작과 송출을 오롯이 도맡던 시절의 콘텐츠들, 그 중에서도 예전 가요 프로그램의 편집 영상이 빠르게 인기를 얻어갔다. SBS의 경우 2000년대 이전 무대 영상 만을 다루는 ‘스브스뉴트로’ 채널을 운영 중인데, 이 채널은 2019년경 이미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별칭으로 화제의 정점에 서기도 했다.

그런데 이 온라인 탑골공원에는 그 시절 음악에 대한 찬사 만을 넘어, 지금의 케이팝(K-POP)에 대해 예전 가요에 깃들었던 개성과 음악성을 상실했다는 혹독한 평가가 제법 있었다. 이와 같은 “옛날이 더 좋았다”는 인식은 상당히 심오하고도 보편적인 현상인데, 누구나 한 번쯤은 그 마술적 힘에 이끌려 보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성별을 고려할 때, 그 시절이 좋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가장 많이 추억된다는 90년대 말경, 사생활 영상 유출 피해를 당한 여성 연예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며 되려 공개 사과를 했다. 사회는 위 사건을 일종의 포르노로 떠들석하게 소비했고, 이후 유사 사건이 되풀이됐을 때도 그러했다.

그렇지만 25년이 흐른 지금이라면 범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훨씬 클 것으로 믿는다. 피해자의 성별과 피해사실에 초점을 맞춘 보도 행태는 아직도 만연하지만, 비가역적인 변화가 그 사이에 있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갈 길은 남아있다. 한 시중은행에서 여성 신입행원의 비중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채용 절차에서 평가점수를 조작하여 여성 지원자 112명을 탈락시킨 사건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길이 얼만큼 남았고, 또 그 길을 얼마나 빨리 갈 수 있을지 알 수는 없다(앞서 본 금융권 노동시장의 경우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거둬들이는 속도가 더 빠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때 그시절부터 지금까지,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고 길 위에 멈추어만 있기에는 꽤 많은 수라는 점 만은 분명하다.

/권민지 변호사
주)LG헬로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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