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6일 선고… 1심 판결 뒤집어

"'유해성 심사' 불충분… 고시 후 방치"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성지용 부장판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 A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2016나208653)에서 "국가는 A씨 등 3명에게 300만~500만 원씩 지급하라"며 6일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나머지 2명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따라 위자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미 받았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재판부는 "당시 환경부 장관 등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등 화학물질이 특정 용도로 사용될 것을 전제로, 유해성이 낮고 환경에 미칠 영향이 적어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심사·평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화학물질이 심사 용도 외에 사용되거나 최종 제품에 다량 첨가되는 경우에 관한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해성을 충분하지 않게 심사했는데도 화학물질이 '유독물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성급하게 고시한 다음 10년 가까이 방치했다"며 "이는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제조사에 대한 5억 4000만 원의 배상 책임만 인정했고, 증거부족을 이유로 국가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2014가합563032).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2008∼2011년, PHMG와 PGH을 주원료로 하는 제품을 사용한 뒤 폐 질환을 앓기 시작했다. 이에 피해자·유족 등 13명은 2014년 8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또는 납품한 △옥시레킷벤키저 △한빛화학 △용마산업 △롯데쇼핑 △세퓨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권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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