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기소 후 3년 5개월 만 선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사업성도 인정"

"'삼바' 분식회계 혐의, 고의 단정 어려워"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관련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관련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기소 후 약 3년 5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 등 14명에게 5일 무죄를 선고했다(2020고합718).

이 회장은 2015년 진행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정에서 경영권의 안정적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은 합병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올리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는 작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던 반면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이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어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인 삼성증권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이 이뤄졌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실제로 유리한 합병이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지만, 양사의 합병 필요성 등 검토를 거쳤기에 그 사업성이 인정된다"며 "(합병과정에서) 양사 이사회를 거친 것을 보면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만이 합병의 목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부당한 합병으로 주주들이 불이익을 봤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주가와 증권사 리포트 등을 봤을 때 (합병이) 주주들의 손해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거짓공시·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도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 처리를 한 것으로 보여 이들에게 분식회계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주요 공소사실마다 "증거가 부족하거나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했다"며 "우리나라 최고 기업집단인 삼성이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줘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 회장은 "합병과 관련해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고, 더욱이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 없다"며 "부디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권영환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