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운영자, 명예훼손 등 이유로 국가배상소송

원심 "'종북' 표현 부정적 인상 고려… 명예훼손 해당"

대법, 4일 선고… "의견표명이나 정치적평가로 보여"

"'종북' 뜻 객관적 확정 어려워… 내용도 유보·잠정적"

△ 사진: 대법원 
△ 사진: 대법원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를 언급하며 "여기서 종북 세력이 활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표현한 국정원 대변인 발언은 커뮤니티 운영자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유머' 운영자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2다284513)에서 "국가는 A씨에게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4일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13년 국정원 대변인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종북 사이트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오늘의유머'가 종북 세력이나 북한과 연계된 인물들이 활동하고 있는 가능성이 많이 있는 공간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A씨는 이같은 발언으로 명예가 훼손됐으며, 2009∼2012년 이뤄진 이른바 '국정원 댓글 공작' 활동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며 2015년 정부와 국정원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이 청구를 기각하자, A씨는 정부만 피청구인으로 설정한 뒤 소송을 이어갔다.

대법원은 "'종북'이라는 표현은 시대와 정치 상황에 따라 의미가 유동적"이라며 "일반인의 이해와 표현 상대방의 인식 역시 가변적이어서 그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발언 내용은 유보적·잠정적 판단이나 의견에 해당한다"며 "'오늘의유머'에 대한 광의의 정치적 평가 또는 의견 표명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해당 발언이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더라도, A씨가 '오늘의유머' 운영 등을 통해 쌓은 평판을 훼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근거로는 △해당 발언이 지칭하는 대상이 운영자인 A씨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A씨에게 이용자의 정치적 성향 등을 이유로 '오늘의유머' 이용을 임의로 제한하거나 허용할 권한 등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제시했다.

앞서 2심은 "대공 업무를 관장하는 국가 기관이 언론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한 발언을 단순한 의견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남북 분단 상황에서 '종북'이라는 표현이 낳는 부정적인 인상을 고려하면 해당 발언은 A씨의 명성·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권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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