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판매회사 대표, 마스크 안 팔고 77일 보관

대법원, '벌금 500만원' 선고한 원심 4일 파기환송

"매점매석→폭리목적 바로 추정 안돼… 입증필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사태 당시 마스크를 매점매석한 뒤 판매하지 않았더라도 폭리 목적이 없었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마스크 및 손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 제5조 1항은 2020년 1월 1일 이후 영업을 시작한 사업자가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매입한 날부터 10일 이내 반환·판매하지 않으면 매점매석 행위를 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물가안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마스크 판매업체 대표 A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4일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3도2836).

A씨는 2020년 4월 매입한 KF94 마스크 3만 2000개 중 1만 2000개를 7월까지 총 77일간 사무실에 보관해, 정부의 긴급 수급조정 조치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대법원은 "물가안정법이 규정하는 '폭리 목적'은 엄격한 증명이 요구된다"며 "A씨가 고시 제5조에서 정한 매점매석 행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폭리 목적을 추정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판매가와 A씨 회사가 의료기관에 보낸 판매 광고 문자상 판매가 모두 당시 시장가격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이는 '폭리 목적'과는 상당히 배치되는 정황"이라고 판시했다.

또 A씨는 고시에서 정한 '2020년 1월 1일 이후 사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 회사는 2019년 5월 16일 '방진마스크, 보건용 마스크' 관련 국가종합 전자조달 시스템 경쟁입찰 참가 자격을 등록했다"며 "2019년 10월경에는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물품 등록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A씨 회사는 2019년 5월 16일부터 마스크 판매 영업을 실질적으로 개시했거나 객관적으로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2019년 10월에는 조달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구체적·직접적인 영업행위를 시작했다"고 판단했다.

/권영환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