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시험장에서 제13회 변호사시험이 치러졌다.

법무부는 올해 변호사시험부터 사례형·기록형 시험 등 논술형 고사를 컴퓨터로 작성하는 CBT(Computer Based Test) 방식을 도입하였다. 지난 2022년 7월 CBT 도입을 결정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시험 방식이 확연히 전환된다는 점을 고려해 응시자가 원할 경우 기존처럼 수기(手記) 방식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3290명의 응시자 중 무려 99.2%에 달하는 3264명이 CBT 방식을 선택하였다. 사실상 거의 모든 응시생이 답안지를 컴퓨터로 작성하겠다고 택한 것이다.

CBT 방식을 전격 도입하기 전에는 노트북 등 전산장비와 네트워크 안정성, 보안 등과 관련한 각종 우려가 제기됐다. 만일 답안지 작성 도중 컴퓨터나 네트워크 작동에 오류가 생긴다면 애써 작성한 답안 내용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려 해당 수험생이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전문업체들이 돌아가며 전산장비와 네트워크 상황을 수시로 교차 검증하고, CCTV 설치 등 보안시스템을 대폭 강화하는 등 법무부가 시험 관리·감독의 밀도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다행히 우려했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시험을 치른 응시생들도 대부분 만족을 표시했다. 2022년 7월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미 응답자의 81.8%가 CBT 도입에 찬성한 바 있다. 답안 작성에 필요한 시간이 줄어들고 육체적 피로가 감소하며, 각종 문자표 활용이 훨씬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변호사시험을 치른 예비 법조인들도 설문결과와 동일한 이유로 CBT 방식의 시험에 높은 만족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CBT 방식은 응시자들이 시험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 시험 결과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손글씨로 작성할 경우 필기 속도가 느려 공부한 내용을 충실하게 담지 못하거나, 악필 때문에 채점자가 답안 내용을 정확하게 알아보지 못하는 등의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채점자 입장에서도 컴퓨터로 깔끔하게 출력한 답안을 평가하는 것이 덜 피로할 뿐 아니라, 답안 내용에만 집중하게 만들어 훨씬 더 객관적인 실력 평가가 이뤄지게 한다.

필체나 필기 속도는 변호사시험에서 평가하려는 본질적 요소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수험생들이 본인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벽으로 기능해왔다. 이처럼 비본질적 요소가 본질적 요소를 가리지 못하도록 시험 방식을 개선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실무에서도 법조 직역의 업무 대부분이 컴퓨터로 이루어진다. 서면과 변호인 의견서, 검찰의 공소장, 법관의 판결문 작성은 거의 예외 없이 컴퓨터 문서 작업을 통해 진행된다. 뿐만 아니라 사건 접수 등 재판·소송 절차에서도 전산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변호사시험에 CBT 방식을 도입한 것은, 시대 흐름 및 바람직한 제도 발전 방향과 궤를 같이 한다.

앞으로도 물샐틈없는 엄정한 시험 관리로 CBT 방식이 변호사시험에서 온전하게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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