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대한변협 등록 해상 전문 변호사
김현 대한변협 등록 해상 전문 변호사

2015년 인도네시아 회사 A는 한국 회사 B에게 석탄을 공급하기로 했다. A는 C로부터, C는 D로부터 석탄을 구매했다. A는 석탄 운송을 위해 운송인 E와 운송계약을 체결했고 E는 선하증권을 발행했다. 선하증권에 기재된 송하인은 “A를 대리한 C”였고, 선하증권의 소지인은 D였다. B는 선하증권의 상환 없이 E로부터 석탄을 인도받았고, 석탄의 매매대금은 A가 C에게 지급하였다. D는 매매대금 일부를 상환 받지 못하자 B와 E에게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전고법은 D의 주장을 받아들여, C는 매매대금을 지급받기 위한 수단으로 선하증권을 교부받기로 되어 있었고, 이를 위해 선하증권에 송하인 A를 대신한다고 표시했으므로 선하증권을 교부받을 적법한 권한이 있는 자로서 정당한 소지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C에게 석탄을 매도한 D가 매매대금을 지급받기 위한 담보로 선하증권을 취득했으므로, D도 석탄을 선하증권과 상환 없이 무단 인도한 불법행위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23년 8월 31일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즉, 운송인이 송하인에게 선하증권을 발행·교부하는 경우 송하인은 선하증권의 최초의 정당한 소지인이 되고, 그로부터 배서의 연속이나 다른 증거방법에 의해 실질적 권리를 취득하였음을 증명하는 자는 정당한 소지인으로서 선하증권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때 소지인이 담보 목적으로 선하증권을 취득했더라도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이 되어 선하증권에 화체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송하인과의 법률관계나 선하증권의 문언에 따라 송하인을 대신해 운송인으로부터 선하증권을 교부받을 권한이 있는 자가 선하증권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였다면 이 같은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그로부터 담보의 목적으로 선하증권을 취득한 자도 정당한 소지인으로서 선하증권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D는 선하증권의 송하인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았지만 매매대금 확보를 위해 선하증권을 소지할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당사자들의 합의가 있다고 보아 배서양도를 받지 않았더라도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으로 인정되었다.

위 판결은 배서양도 없이 선하증권의 적법한 소지인이 될 수 있고, 불법인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선하증권 소지인이 배서 아닌 다른 증거에 의해 실질적 권리를 취득했음을 입증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며, 운송물의 멸실·훼손으로 인해 발생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물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이전된다는 기존 판례를 확인한 타당한 판결이다.

/김현 대한변협 등록 해상 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세창·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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