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 11일 미국 증권사들이 총 11개 현물 ETF를 상장했는데, 당일 거래액만 46억 달러에 달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혼란이 거듭됐다. 승인 발표 전날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SEC 위원장의 X(전 트위터)가 해킹을 당해 “SEC가 현물 ETF를 승인했다”는 가짜뉴스가 퍼지며 투자 업계가 들썩였다.

다음날 공식적인 승인 소식이 전해지자 키움증권은 현물 ETF 거래가 가능하다고 공지했다가, 금융당국의 현물 ETF 금지 발표에 곧바로 철회했다. KB증권은 기존에 거래하던 비트코인 선물 ETF까지 거래를 제한했다가 뒤늦게 재개하기도 했다. 대통령실도 나서 "승인 가부에 대한 방향성을 정해놓지 말고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전 결정을 뒤집었다고 해서 우리 정부가 곧바로 기조를 바꿔야하는 당위성은 없다. 가상자산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엄연히 존재하고, 법령과 정책이 달라진 것도 아니다. 바뀐 건 SEC의 결정뿐이다.

심지어 SEC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위험성을 여전히 경고하고 있다. 공지문을 보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거부 결정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 때문에 마지못해 승인한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비트코인은 주로 랜섬웨어를 포함한 불법 활동에도 사용되는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며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와 가치가 연계된 상품과 관련된 많은 위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의 정부 입장 및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냈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가야 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와 법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변동성 높은 가상자산 기반의 파생상품을 덜컥 허용하면, 훗날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떠올리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다만 금융당국의 반박자 느린 대응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 2021년부터 독일과 호주 등 여러 나라는 이미 비트코인 현물 ETF에 관한 정책적·법적 판단을 끝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시기에 정책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했다면, 금융투자업계가 뒤늦게 혼란에 빠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최소한 미국에서 취소 판결이 나온 후에라도 논의를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이 남는다. 

시장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도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특정 파생상품을 허용할지 말지 여부를 떠나서, 정부는 국민 생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 권익을 보다 탄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능동적인 금융 안전망이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임혜령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