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 10일 발표… "비트코인 지지 의미는 아냐"

블랙록 등 11개 현물 미 ETF 거래소 상장…첫날 6조원 거래

금융당국, 11일 "증권사 현물 ETF 중개, 현 자본시장법 위배"

기존 거래되던 선물 ETF 금지 우려에 자체 판매중지 등 혼란

금감원, 9일 가상자산감독국 출범… 내부통제기준 등 마련을

"투자자 보호장치 부족 … 금융회사 내부통제 먼저 개선해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이하 '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 증시에 공식적으로 등판했다. 현물 ETF는 비트코인을 실제 구매하는 게 아닌, 일반 주식계좌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파생상품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11개 ETF는 거래 첫 날에만  약 46억 달러(한화 6조 300억 원) 가량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할 수 없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위원회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국내 거래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선물 ETF'는 기존과 같이 투자가 가능하다.  

법조계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의 분석처럼 자본시장법 등 현행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고 투자자 등을 보호할 장치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 SEC,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했지만… "연계 상품 등 주의하라"

△10일 SEC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게리 겐슬러 위원장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발표문 
△10일 SEC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게리 겐슬러 위원장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발표문 

SEC는 2013년 가상자산거래소 '제미니'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첫 신청한 이후 계속해서 '승인 거부' 입장을 고수해 왔다. SEC는 가상자산에 기반한 ETF 거래는 조작 등 위법행위에 대한 우려가 높은 데다, 투자자 보호장치도 여전히 미흡하다고 봤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GRAYSCALE)도 2021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신청했지만, SEC는 2022년 6월 이를 반려했다. 그러자 그레이스케일은 SEC의 승인거부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고, 지난해 8월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이 그레이스케일의 손을 들어주면서[Grayscale Investments, LLC v. SEC, No. 22-1142 (D.C. Cir. 2023), 하단 판결문 참조]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재심사에 돌입했다. 그리고 지난 10일 마침내 상장을 승인했다.  

SEC의 결정에 따라,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 거래소에 상장됐다. 거래소에 올라온 상품은 블랙록,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아크인베스트먼트, 인베스코, 위즈덤트리, 비트와이즈 애셋매니지먼트, 발키리,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 등이다.

로이터통신은 거래 첫날인 11일 11개 ETF 총 거래 규모가 46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비트코인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가 다시 급락 중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11일 4만 9000달러를 넘어섰지만, 16일에는 다시 4만 250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상장 승인이 비트코인 자체를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 암호화폐 등 변동성 높은 가상자산과 연계된 파생상품 투자에 있어서는 여전히 신중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SEC 위원장은 "앞서 법원은 'SEC가 그레이스케일의 ETP(ETN과 ETF를 함께 일컫는 말) 상장 및 거래를 불승인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위원회 처분을 취소했다"며 "이 같은 상황과 승인처분에 대한 추가 논의를 바탕으로 비트코인 현물 ETP 상장과 거래를 승인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비트코인은 주로 랜섬웨어를 포함한 불법 활동에도 사용되는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며 "SEC가 특정 현물 비트코인 ETP 주식 상장 및 거래를 승인했지만, 비트코인을 승인한다거나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와 가치가 연계된 상품과 관련된 수많은 위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금융위, 비트코인 현물 ETP 금지 방침… "현행법 등 위반 소지"

우리 정부는 국내 증권사들의 비트코인 선물 ETF는 허용하되, 현물 ETF는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현물 ETF 거래는 현행법 위반 소지가 높고, 가상자산 거래를 제한하는 정부의 방침과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는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내 증권사가 해외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의 정부 입장 및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발표했다. 

2017년 12월 13일 정부는 국무조정실장의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을 마련해 공표했다. 당시 정부는 암호화폐 등에 대한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 제도권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가상자산의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올해 7월 시행되고, 미국 등에서 관련 사례가 나온 만큼 추가적인 검토가 이루어질 계획이다.

△ KB증권이 12일 올렸던 '가상자산 기초 선물 ETF 거래 제한 안내'
△ KB증권이 12일 올렸던 '가상자산 기초 선물 ETF 거래 제한 안내'

금융당국의 현물 ETF 거래 금지 입장이 발표된 직후에는, 정부 방침을 확대 해석한 일부 증권사들이 투자가 이뤄지던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까지 중단시켜 버리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로 KB증권은 12일 공지사항을 통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기초로 하는 ETF에 대해 금융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기 전까지 선물 ETF 신규 매수를 제한한다"고 고객들에게 안내했다.

혼란이 거듭되자 대통령실은 12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긴급 현안보고를 받고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여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14일 금융위는 보도참고자료를 다시 배포하고 "해외 비트코인 선물 ETF는 현행처럼 거래되며, 현재 이를 달리 규율할 계획이 없다"며 "향후 필요한 경우에 당국의 입장을 일관되고 신속하게 업계와 공유할 수 있도록 긴밀한 연락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현물 ETF 발행․중개 관련)미국은 우리나라와 법체계 등이 달라 미국 사례를 우리가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 문제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만큼 이를 면밀히 살펴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현물 ETF에 대해서도 '위법→보류→면밀한 검토'로 정부 입장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추측성 보도가 나왔다. 15일 금융위는 "현물 ETF 발행과 중개에 대한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다시 한 번 못 박았다.


● 금감원 가상자산감독국·조사국 출범… 법조계 "현물 ETF 승인 등 신중한 접근 필요"

한편 금융감독원은 내년 7월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관련 감독·검사·조사 업무를 담당할 가상자산감독국과 가상자산조사국을 9일 출범했다. 가상자산감독국·조사국은 6개팀 총 33명으로 운영된다. IT전문가 8명, 변호사 7명, 회계사 8명 등으로 진용이 꾸려졌다. 

△ 가상자산감독국과 가상자산조사국 신설부서 조직도(출처: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금감원,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가상자산 감독업무 본격 가동')
△ 가상자산감독국과 가상자산조사국 신설부서 조직도(출처: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금감원,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가상자산 감독업무 본격 가동')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미국 SEC가 현물 비트코인 ETP(Exchange Traded Product)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 전반의 급격한 가격 변동성이 발생하는 등 고위험성 상품인 가상자산에 대한 이용자 보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가상자산 전담부서를 통해 이에 적극 대응하고, 법 시행 이전에 가상자산사업자의 내부통제기준·운영체계 마련, 불공정거래행위 조사 인프라 구축, 수사당국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도 착실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에서는 가상자산 이용자 자산의 보호와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법조계에서도 현행 법체계와 가산자산의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투자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다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상직(사법시험 36회) 대한변협 IT블록체인위원회 위원장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통화수단이 되는 순간 국가별 통화정책이 의미가 없어진다"며 "정부가 우려하는 것처럼 투자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화폐는 아니지만 가상자산 단계와 수준에서 (현물 ETF 관련 변화가)어느 정도로 우리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충족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좀 더 조심스레 지켜봐야 할 시기"라며 "비트코인과 관련한 새로운 시장을 여는 것 자체는 환영하지만 국민경제와 투자자 보호를 고려하면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은(사시 42회) 법률사무소 리버티 대표변호사는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이 너무 급격해서 예측이 안 된다는 이유 등 때문에 정부는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국내 증권사 등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경제학적 측면에서도 가상자산 ETF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법률을 도외시하면서까지 (정부가)입장을 바꾸기에도 이를 변경할 만한 새로운 사유가 발생하지도 않았다"면서도 "이를 공론화하여 금융당국, 법률가, 금융회사 등의 의견을 모두 들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금융사에서 파생상품 판매 등과 관련하여 내부통제가 부족한 상황이니 이를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며 "(금융회사 등이)수익을 가져가는 만큼 책임을 질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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