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지난달 14일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 확정

중소기업이 빌린 아파트, 대표가 신혼집으로 사용

'대표이사'를 '직원'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

"직원 정의 조항 없어… 중소기업법령 참고해야"

사진: 대법원
사진: 대법원

대표이사 등 임원은 '직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 요구권을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중소기업기본법령에서 직원과 임원을 구별하고 있으므로 문언의 용례도 상호 정합성 있게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부동산 임대업체 A사가 중소기업 B사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소송(2023다226866)에서 "B사는 주택임대차법상 임차인에 해당하지 않아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확정했다.

B사는 2019년 12월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아파트를 보증금 2억 원, 월세 1500만 원에 2년 기간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해당 아파트에는 B사 대표이사가 전입신고를 마친 뒤 거주했다.

계약 만기 석 달 전 A사는 임대차 계약 종료 시 퇴거해 줄 것을 B사에 요청했다. 그러나 B사는 계약갱신을 요구하며 거부했다. 이에 A사는 "부동산을 인도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중소기업 대표를 주택임대차법 제3조 3항의 '직원'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3항은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른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법인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한 후 그 법인이 선정한 직원이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쳤을 때 대항력을 갖춘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은 "직원은 일정한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임원'을 제외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B사의 손을 들어줬다(2021가단250165).

그러나 2심은 "중소기업이 복지 차원에서 소속 직원의 주거안정을 보장할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법이 개정된 취지 등을 고려하면, 직원에 대표이사 등 임원들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면서 "B사는 대표이사의 신혼집으로 사용할 용도로 임차했다고 A사에 말했으며 B사 본점과 해당 아파트 간 지리적 근접성이 없고 임대료도 지나치게 고액"이라며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결론이 맞다며 A사의 승소를 최종 확정했다. 다만 원심이 제시한 근거 중 일부는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법이 직원의 의미를 정의하고 있지 않은데, 제3조 3항은 대항력을 취득할 수 있는 법인의 범위를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의 중소기업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조항 해석 시 중소기업기본법령에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며 "중소기업기본법령의 용례에 따라 직원의 범위에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등기된 사람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법률의 문언과 법체계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주택임대차법 제1조, 제2조는 주택임대차법이 '주거용 건물'의 임대차에 관해 적용됨을 정하고 있는데 주거용 건물은 주거 용도로 사용하는 건물을 의미한다"며 "같은 법률에서 동일하게 사용된 언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원을 제외한 직원이 법인이 임차한 주택을 인도받아 주민등록을 마치고 거주하고 있다면 대항력을 갖췄다고 봐야한다"며 "그 밖에 업무 관련성, 임대료 액수 등 다른 사정을 고려해 그 요건을 갖췄는지 판단할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권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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