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지난달 28일 "불합격 취소" 판결한 원심 확정

"고용은 사회통합 위한 매개체… 차별 금지 핵심 영역"

대리인 측 "정신장애 편견 심해… 인식개선 교육 절실"

사진: 대법원
사진: 대법원

공무원 채용 면접 과정에서 장애인에게 직무와 무관한 장애 관련 질문을 한 것은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1항 1호는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해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를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씨가 경기도 화성시장과 화성시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취소소송(2023두50127)에서 "처분을 취소하고 5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확정했다.

재발성 우울장애와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를 갖고 있던 A씨는 2020년 화성시 9급 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 전형에 지원했다.

필기시험에 합격한 A씨는 그해 9월 두 번의 면접시험을 치렀다. 최초 면접시험에서 '미흡' 등급을 받고 추가 면접시험 대상자가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첫 번째 면접에서 발생했다. 2명의 면접위원들은 A씨에게 △장애 유형 △장애 등록 여부 △약 복용 여부 △약을 먹거나 정신질환 때문에 잠이 많은 것은 아닌지 등 장애 관련 질문을 했다.

추가로 치러진 면접시험에서 면접위원들은 화성시의 문제점과 추진하고 싶은 정책 등 장애와 무관한 질문을 했지만, A씨는 결국 불합격했다.

이에 A씨는 "불합격 처분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하고, 면접위원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2020년 12월 소송을 냈다.

1심은 "추가 면접에서 장애 관련 질문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차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은 "고용은 장애인의 소득기반으로서 인격 실현과 사회통합을 위한 중요한 매개체"라며 "차별이 금지돼야 하는 핵심 영역"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고용 과정에서의 차별금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공정한 참여와 경쟁의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장애인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실시하는 면접시험의 경우에도 이러한 취지 등이 최대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용자가 채용 면접시험에서 장애인 응시자에게 직무와 관련 없는 장애에 관한 질문을 한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1항 1호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차별행위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2022누13080).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맞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재면접을 치르게 될 전망이다.

A씨를 대리한 김재왕(변호사시험 1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화성시는 A씨에게 재면접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리인인 이수연(변시 8회) 법조공익모임 나우 변호사는 "공무원 시험은 사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임용 절차가 공정해 장애인들에게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고 있다"며 "장애인 응시자들이 임용 과정에서, 나아가 입직 후에도 차별을 겪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접관들을 비롯한 공무원 조직 전체를 대상으로 실효적인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환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