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증명책임은 임대인이" 첫 대법 판단

'실거주 의사' 진실성 유무 판단 방법도 제시

1·2심 "갱신요구 거절 적법"→대법 '파기환송'

"실거주 주체 변경에 대한 합리적 설명 없어"

"진실성, 통상적 수긍 가능한 정도인지 의문"

사진: 대법원
사진: 대법원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하려면, 실제 거주하려 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임대인 A씨가 임차인 B씨 부부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청구소송(2022다279795)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1회에 한해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다만'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비속 포함)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등 예외적으로 계약갱신 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존재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1항 8호).

2019년 1월 A씨는 자신이 보유하던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B씨 부부에게 보증금 6억 3000만 원에 2019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빌려주는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A씨는 2020년 12월 B씨 부부에게 해당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B씨 부부는 계약갱신을 청구한다고 통보했으나, A씨는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했다. 그럼에도 B씨 부부가 집을 비워주지 않자 A씨는 "부동산을 인도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은 "A씨 가족의 실거주 계획이 과연 진실한 것인지 의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거주 계획과 명백하게 모순되는 행위를 한 사정을 찾을 수 없는 이상 갱신거절은 적법하다"며 "실거주 주체가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갱신거절이 돌연 부적법하게 된다고도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비속 포함)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며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의 존재는 임대인이 단순히 그러한 의사를 표명했다고 해서 곧바로 인정될 수는 없지만, 임대인의 의사가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러한 의사의 존재를 추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임대인 의사의 진정성을 판단할 때 고려할 사정으로는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이나 그의 가족의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임대차계약 갱신 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이러한 언동으로 계약갱신에 대해 형성된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 여부 △임대인이 기존 주거지에서 목적 주택으로 이사하기 위한 준비 유무와 내용 등을 제시했다.

이어 "A씨는 임대차계약 기간 만료 전에는 A씨와 배우자, 자녀가 해당 아파트에 거주할 예정이라고 말하다가 소장에서는 A씨 본인 또는 부모가 거주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며 "그럼에도 변경 이유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방에 거주하던 부모가 보다 수월한 병원 진료를 위해 서울에 있는 해당 아파트로 이사하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A씨 부모의 외래진료확인서를 보더라도, A씨 부모는 해당 아파트 인근 병원에 최근 11년 동안 1년에 1~5 차례 가량 통원 진료를 받았다는 것 외에는 다른 내용이 없다"며 "A씨 부모 거주 지역 공인중개사가 작성한 사실확인서에도 단순히 A씨의 모가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대해 매매나 전세를 문의했다는 내용만 기재돼 있을 뿐이고 이러한 기재만으로 A씨 부모가 사는 아파트를 정리하려 했음을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임대차계약 갱신거절을 할 무렵 A씨는 자녀 교육을 위해 다른 지역에 있는 주택에 자녀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고, 배우자는 직업상 이유로 인근의 다른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었다"며 "A씨와 자녀들이 다른 지역 생활을 청산하거나 이를 위해 전학 또는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정도 없고, 인근 다른 아파트를 급매로 처분하겠다던 배우자는 이를 처분하지 않은 채 여전히 거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와 가족에게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거절하고 해당 아파트에 거주해야 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씨나 부모가 해당 아파트에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라고 인정하기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이 임대인에게 있다는 점과, 임대인에게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방법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한 판결"이라며 판결 의의를 밝혔다.

/권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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