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 보기 싫다"며 무기계약직 전환 거부한 의사 손배소송

서울중앙지법 "직설·모멸 발언…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

사진: 서울중앙지법
사진: 서울중앙지법

기간제 치위생사에게 폭언을 하고 퇴사를 종용한 치과의사가 1500만 원의 위자료를 물어주게 됐다. 법원은 치과의사의 폭언 등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같이 판결했다. 또 피해자 보호에 미흡했던 병원 측의 배상 책임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강정연 판사는 대학병원 치위생사인 A씨 등 2명이 같은 병원 치과의사 B씨와 병원을 운영하는 C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2가단5054715)에서 "피고들은 원고 1명당 1500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 등은 2019∼2020년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에서 B씨로부터 폭언을 들었다. B씨는 "후배들한테 도움이 안 되는 선배다",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른다", "인성적으로 준비가 안 돼있다", "꼴도 보기 싫고 일도 같이하기 싫다", "건방지고 짜증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다른 직원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A씨 등에게 "나쁜 애", "야비한 사람", "좋은 병원 다닐 자격이 없다"고 말했고 다른 직원들에게는 "A씨 등과 같이 붙어 다니지 말라"고 했다. 

또 B씨는 "퇴사 후 실업급여를 받고 추후 계약직으로 입사하라",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등의 말로 A씨 등에게 퇴사 압박을 가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A씨 등은 2019년 6월 병원 측에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알리며 B씨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신고 후 약 2년 6개월이 지나서야 B씨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을 했다. 

이에 A씨 등은 "B씨는 직장 내에서 자신의 지휘·감독을 받는 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혔고, C법인은 피해자 보호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B씨와 C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B씨의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A씨 등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강 판사는 "A씨 등이 다소 불성실한 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B씨와의 관계에 대응하는 방식이나 업무 불만을 호소하는 방식이 감정적이었던 점이 인정된다"면서도 "A씨 등은 무기계약직으로 변경되길 원하나 이를 B씨가 반대하는 상황이므로 A씨 등의 무기계약직 변경 요구가 무리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봤다.

이어 "그럼에도 B씨가 A씨 등의 요구를 거절하며 한 말들은 직설적이면서 모멸적인 데다, 퇴사 후 재입사를 요구하는 방식 또한 일방적이고 강압적이었다"며 "이는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C법인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을 인지했을 때는 지체 없이 객관적 조사와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해야 하지만, 이를 위반하고 A씨 등에게 불리한 처우를 했다"며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과 더불어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 또한 진다고 판시했다.

/권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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