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15년 경력 문형석 라움 대표변호사 인터뷰

'공익 위한 공직생활' 꿈꿔… 감사원에서 경력 시작

변호사 최초 기조실 근무… '법률 조언자'로 맹활약

감사원 규칙에 변호인 참여 허용 규정 신설에 참여

'수사와 기소 분리' 공수처 검사로 두 번째 공직생활

변호사로 새출발… "모든 법분야 통달하려 노력 중"

△ 문형석 법무법인 라움 대표변호사(사진: 박도하 기자)
△ 문형석 법무법인 라움 대표변호사(사진: 박도하 기자)

"변호사들이 감사행정에 참여할 때는 감사관과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사는 국가 형벌권과 개인의 대립적 관계를 전제로 변호인이 당사자를 조력하지만, 감사는 기본적으로 공공부문 내부에서 행정을 개선하기 위한 일입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기본적으로 감사에 협력하는 자세를 견지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피감사자 기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감사자에게 잘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감사원에서 15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1년 반. 오랜 공직 생활 끝에 변호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문형석(사법시험 46회) 법무법인 라움 대표변호사의 말이다. 

공직은 문 변호사에게 필연과도 같았다. 그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행정법을 전공했다.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던 그는 사법연수원 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어느 행정기관을 가면 좋을지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날 헌법책을 보다가 '감사원'에 매료됐다. 문 변호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실무수습기관으로 감사원을 택했고, 연수원 수료 후에는 변호사 경력경쟁채용시험에 응시해 바로 감사원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늘 공익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본권 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법원이나, 형사 문제에 집중하는 검찰도 좋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감사원은 법을 기반으로 전반적인 행정의 개선점을 찾는다는 점에서 제가 추구하던 이상에 가장 근접했습니다."

문 변호사는 감사원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장 많이 얻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입사 3개월차에 감사 업무를 총괄하는 감사주관을 맡았다. 보통은 5급이 되어서도 7~8년 정도 업무를 해야 맡을 수 있는 직무다. 변호사로서는 처음으로 감사원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했다.

"변호사로서 이례적으로 많은 기회를 얻었고 그 덕분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기획조정실에는 감사원 운영기획보고서 작성과 국회 대응 등 업무를 해왔습니다. 이전까지는 업무와 관련해 트레이닝을 거친 행정고시 출신들이 담당하던 업무였습니다. 처음에는 기획조정실 내 유일한 변호사로서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많은 분이 중요한 법적 판단을 할 때마다 저를 찾아오자 남모를 뿌듯함도 느꼈죠."

감사원 사무처리규칙에 변호인 참여를 허용하는 규정을 신설하면서 해당 문제를 검토하기도 했다. 현재 감사과정에 변호인 참여는 △감사 중 문답조사 시 △감사종료 후 처리단계 소명자료 제출 시 △감사위원회 의견 진술 시 등 세 단계에서 허용된다.

"변호인 조력은 원칙적으로는 형사절차적 기본권입니다. 그래서 행정절차에 어떻게 도입할지를 고민했고요. 우여곡절 끝에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합니다. 감사 시작부터 결과 처리 전 과정에서 피감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의 감사관 면담 절차를 허용하고, 변호인이 조력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 변호사는 미국에서 국외훈련을 마쳤다. 당시 1급 이상 간부들이 투표를 해 얻은 기회였다. 그는 미국 콜로라도주립대(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행정학을 배우고, 주요 부처의 에이스 서기관들과 함께 동고동락을 했다.

"국가적으로 큰 일을 할 때는 부처간 협업이 필수입니다. 행정 업무도 '견제와 균형'이 기본이거든요. 감사 업무도 결국은 행정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각 부처의 업무를 잘 알아야 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른 부서들과 개선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쌓은 신뢰관계가 인적 자산이 됩니다."

그가 맡은 사건 중 가장 큰 이슈가 된 사건은 '통신사업자 불공정행위 규제실태' 감사다. 당시 문 변호사는 감사주관자로서 SKT, KT, LG 세 사업자가 과점하는 경쟁제한적 시장에서 통신사업자들끼리 불공정한 방법으로 8700억 원에 달하는 낙전수입을 얻고, 가입자 유치경쟁에 조 단위의 판매장려금을 지출한 후 이를 모두 통신요금에 전가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그 결과 초당과금제 도입, 요금할인혜택 강화 등 방안을 마련해 전 국민이 통신비를 경감 받게 됐다. 

△ 문형석 법무법인 라움 대표변호사(사진: 박도하 기자)
△ 문형석 법무법인 라움 대표변호사(사진: 박도하 기자)

입지전적 행보를 걷던 그가 감사원을 떠나게 된 계기는 '형사사법체계의 변화' 때문이다.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수사에 대한 감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관련 검토를 하기 시작하면서, 바뀌어가는 역사 속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형사사법체계가 변화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수사와 기소는 서로 견제가 돼야 하는데 부족했던 부분이 개선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력은 집중되면 폐단이 일어나기 쉬우니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기조로 내세운 공수처가 끌렸고, 감사원을 떠나게 됐습니다. 채용 발표 전까지 가족을 포함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쉬워하면서도 제게 전폭적인 지지와 용기를 건넨 감사원 식구들과 가족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수처에서도 열정적으로 달렸다. 신설 기관인 만큼 모든 걸 해내야 했다. 초대 수사 기획 담당을 맡아 내부 규정 정비부터 행정 업무, 대외협력업무까지 도맡아 처리했다. 근무 환경은 열악했다. 사무실에 휴지통이 없어 직접 검은 비닐봉지를 사서 가져다놓기도 했다. 그렇게 수사도 하고 국회에서 의견도 표명하는 등 꾸준히 활약했다. 하지만 1년 6개월을 버틴 뒤에는 마침내 번아웃(Burnout)이 왔다.

"사표를 냈지만 김진욱 처장님께서 두 번을 반려하셨습니다. 공직 경력 1년 6개월만 더 채우면 명예퇴직을 할 수 있으니 좀 더 버텨보라고도 하셨습니다. 업무를 줄여준다고 하셨지만 그렇게 자리를 채우기는 부끄러웠습니다. 결국 처장님이 양해해 주시면서, 휴식은 짧게 하고 변호사로 바로 활동하라는 조언을 주셨습니다. 40대 중후반에 오랜 기간 휴식은 나중에 후회가 될 수 있다고요. 훌륭한 변호사가 되고, 변호사로 꼭 성공해라, 그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렇게 문 변호사는 공직자로서의 삶을 뒤로 하고 변호사로 새롭게 출발했다. 휴식기간을 가지려 했지만 "변호사로 성공하라"는 권면이 떠올라 가장 처음 연락 온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마음과 체력을 다잡으며 기업 자문을 했다.

하지만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대형로펌을 나와 법무법인 라움에 안착했다. 큰 울타리에 안주하기보다는 변호사로서 제대로 '한 사람의 몫'을 하고 싶다는 취지였다.

"혹자는 '돈을 많이 버는 변호사'가 성공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법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모든 분들에게 자신 있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변호사'가 성공한 변호사라고 생각합니다. 공직에 있었던 경력만 활용해서 조언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어떤 어려움을 토로하더라도 대답을 해줄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라움에 온 지금 민사, 형사, 행정 등 다양한 분야의 변호인 조력을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는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를 위한 역할에 참여할 계획이다.

"형사사건을 하다 보니 현 형사사법절차에서는 국가와 범죄 혐의자가 주인공이고 피해자는 나중 문제로 여겨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피해자가 충분히 피해 회복이 됐다고 느끼고 가해자의 원만한 사회복귀를 원한다 하더라도 이를 무시하고 국가형벌권이 가해자 단죄에만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습니다. 공소장에는 범죄사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쁜 놈'이라는 걸 나타내기 위한 다른 내용이 전제사실로 나열돼 있기도 합니다. 형벌만을 위한 사법체계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해자의 피해 회복이 가장 우선이고, 그 다음이 가해자 교화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 응보적 정의가 자리매김하는 게 더 나은 형사사법절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문형석 법무법인 라움 대표변호사(사진: 박도하 기자)
△ 문형석 법무법인 라움 대표변호사(사진: 박도하 기자)

현재 법조계 문제점이 무엇인지 묻자 청년변호사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점을 들었다. 늘 위기감에 휩싸여 '먹고 사는' 걱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변호사가 늘었습니다. 하지만 우수한 변호사로 커갈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걸 포기해야 하니까요. 공부를 하고 공익활동을 할 시간이 없습니다. 사건 하나하나 온마음을 다해 상대하면서 사건 당사자의 마음을 다 알기도 너무나도 힘이 듭니다. 현재는 어떻게든 많은 사건을 해야지만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니까요. 그리고 생성형AI가 법률사무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리걸테크로 주목받고 있는데 당연한 흐름이고 도움도 되겠지만, 그로 인해 사건관계인면담과 리서치 등을 상호병행하며 변호사로서 역량을 키워나갈 기회가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됩니다. 기초적인 경험의 축적 없이 고도의 법률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기 어렵지 않을까봐 우려스럽습니다."

공직을 꿈꾸는 후배 변호사들에게는 적은 보상, 경직된 공직문화 등으로 다소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더라도 일단 인내하며 역량을 키워나가라고 조언했다.

"변호사 자격 취득 후 바로 공공부문에서 일을 시작하셨거나 하실 생각을 하는 분들을 보면 열악한 근무환경과 적은 급여, 낮은 직급에 실망하시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민간이든 공공 부문이든 장단점이 있고 모두 쉽지는 않습니다. 잘 적응하셔서 일정 기간 이상 버텨낸다면 경험과 인간관계, 지식 등 소중한 자산을 얻으실 겁니다. 모두 힘내시고 건강 관리도 잘 하셔서 앞날에 영광이 있길 바랍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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