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재 변호사 
△ 최승재 변호사 

세상을 바꾼 변호사,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소송 판결

필자는 2004년 미국 콜럼비아대학교를 졸업했다. 졸업식에는 학교 졸업생 중에서 기념할 만한 업적을 남긴 동창생이 호명된다. 이날 단상에는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소송 사건(Brown v Educataion of Topeka)사건에서 분리하되 평등(separate but equal)이라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변호사들이 호명되었다. <Hidden Figures>라는 영화를 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흑인 여성들이 받았던 대우를 보게 된다. 같이 교육받을 수 있어. 그렇지만 화장실을 달리 써야 하고, 교실도 구분되어야 하고, 식당도 구분되어야 해. ‘그것이 평등이야’라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Plessy v. Ferguson, 1896)에 대해서 도전을 하고 같이 섞여서 꿈을 꿀 수 있을 때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이 진정한 자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현실로 만든 것도 변호사들이었다. 1954년 5월 17일에서야 연방대법원은 ‘Brown v. Board of Education of Topeka(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소송 사건)사건에서 흑인에 대한 그간의 분리하되 평등 원칙을 변경하여 교육시설의 분리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그렇게 NAACP(National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Colored People;미국의 흑인인권단체) 변호사들은 세상을 바꾸었다.

낙태의 위헌성에 대한 다툼

변호사는 요리사이고, 법정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한다. 변호사는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고, 재료를 선별하고 맛의 신세계를 만든단다. 낙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pro-choice)과 태아의 생명권(pro-life)이 충돌하는 영역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논란이 된 쟁점이다. 더해서 종교적인 요구까지 겹치면서 이 쟁점은 오랜 기간 미국에서 쟁점이 되었다. 치열한 논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판결이 나왔다. Roe는 미국 사법에서 형사사건의 John Doe와 같은 홍길동과 같은 성명으로 판결을 통해서 당사자가 특정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 사건을 미국연방대법원의 상고허가를 받고 법원에서 변론을 해서 낙태를 금지하는 주법이 위헌이라는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들은 가장 위헌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사안을 찾아서 위헌을 도출하였다.

‘pro-life(태아의 생명권)’와 ‘pro-choic(여성의 자기결정권)’간의 선택에 대한 이 질문은 기본권충돌에 대한 기본쟁점이다. 이 쟁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도출한 변호사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이 판결이 2022년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폐기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낙태는 논쟁적인 주제이며, 낙태라는 주제는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인준청문회의 단골질문이다.

미국과 비교하여 우리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낙태죄를 형사처벌하는 것에 대해서 위헌(헌법불합치)이라고 결정하였다. 낙태죄의 위헌성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논쟁이 되었고,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 우리나라의 변호사들도 이 쟁점에 대한 2012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4:4 동수로 위헌판단을 받지 못했다. 변호사들의 지속적인 시도에 결국 헌법재판소를 설득할 수 있었다.

미국연방대법원의 소수자우대정책에 대한 위헌판단

미국헌법 논의에서 논쟁의 하나가 소수자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다. 전통적으로 백인 대비 흑인들이 차별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들을 포함한 아시안, 히스패닉과 같은 소수자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이들에게 우대를 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정책에 대한 헌법적인 도전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1961년 소수자 우대정책이 시작된 이후 1978년과 2003년, 2012년 세 번 연방대법원에 이 제도의 위헌성이 다투어졌으나 모두 합헌이라고 결론이 내려졌다. 그리고 2023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마침내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위헌을 받아낸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라는 단체가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주요 근거 중 하나는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이었다. 이 정책의 위헌을 끌어낸 변호사들은 2023년 선고된 사건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차별적인 취급을 받는다는 논거를 새롭게 주장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2023년 6월 29일 대학들의 소수 인종 우대 입학 제도를 위헌이라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시아계가 중심에 서 있었다. 이 판결 이후 미국대입지형도가 어떻게 바뀔지 살펴볼 일이다.

변호사가 세상을 바꾼다

우리 사회에도 다양한 사회적인 이슈들이 있다. 법의 지배(rule of law)가 강화될수록 이런 이슈들은 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다투어진다. 변호사들은 사회적인 이슈의 경우 특정한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적거나 없는 사안이지만 사회의 진보가 필요한 사안에서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서,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한다. 필자가 독일의 킬 대학에서 방문연구자(visiting scholar)로 있을 때 초청을 해주었던 교수님은 독일에서는 변호사들이 너무 헌법이슈를 많이 주장한다고 필자에게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미국 변호사들도 헌법쟁점을 많은 사건에서 제기한다. 우리 법정에서도 변호사들에 의해서 헌법은 살아 숨쉬는 헌법(living constitution)으로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작동시키기 위해서 노력하여야 한다.

/최승재 변호사
법무법인 클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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