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근 변호사
박우근 변호사

2030 엑스포 개최지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선정되면서 부산 엑스포 유치가 불발되었다. 박빙이라던 예측과는 달리 회원국들의 투표에서 큰 표차가 확인되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2023년은 1993 대전 엑스포가 개최된 지 30주년 되는 해이기도 했다. 90년대에 어린시절을 보낸 나에게 대전 엑스포는 각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 당시 나는 엑스포가 개최되기 한참 전부터 유난히 관심을 갖고 가슴을 두근거리며 기대했다. 정부에서 엑스포 붐 조성을 위해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홍보를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내가 좋아하던 인기 만화가들이 그린 엑스포 홍보 만화도 나와서 재미있게 읽었다(이상무 작 「독고탁 기자의 엑스포 취재일지」, 이현세 작 「까치와 엄지의 엑스포 사랑여행」이 기억에 남는다). 애독하던 월간 『학생과학』에서도 매달 엑스포 특집 기사를 실었다. 다양한 캐릭터 상품과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던 귀여운 마스코트 꿈돌이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정작 엑스포 행사장을 찾았을 때는 엄청난 인파에 밀려 그렇게 기대했던 인기 전시관들은 다 둘러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행사장 곳곳에 놓여 있던 키오스크였다. 아마도 터치스크린 기술이 국내에서 일반인에게 널리 소개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인데, 그때 받은 느낌은 ‘말도 안 돼, 이게 된다고?’ 하는 문화충격 그 자체였다. 미래에 온 기분이었다. 오늘날 터치스크린이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 되어 버렸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난 여름 모처럼 가족과 함께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을 찾았다. 30년 전의 화려했던 모습은 아니지만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공원과, 대전의 랜드마크가 된 한빛탑 앞에서 여전히 오랜 친구처럼 맞이하는 꿈돌이 꿈순이를 보면서 다시금 추억에 젖어들 수 있었다.

부산시가 2035 엑스포 유치에 재도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엑스포는 누군가에게는 별 관심 없는 행사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자 미래를 향한 꿈을 키우는 텃밭이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이 다시 도전한다면 이번 실패의 원인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철저한 전략 수립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엑스포가 다시 열릴 날을 기다려 본다.

/박우근 변호사
법무법인 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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