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
헌재 "문화재청 설치근거는 헌법 아닌 법률"
문화재청 "송파구, 상생·공존 위해 협력해야"
풍납토성 주변 개발 규제에 반대한 서울 송파구가 문화재청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지만, 헌재는 문화재청장은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국가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소장 이종석)는 송파구가 문화재청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평의 참여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21일 각하 결정했다(2023헌라1).
권한쟁의심판이란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대해 다툼이 발생한 경우 헌재가 심판하는 제도다(헌법 제111조 1항 4호).
앞서 문화재청장은 1월 '풍납토성 보존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풍납토성법)' 제5조 1항에 따라 '풍납토성 보존·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한 달 뒤에는 풍납토성법 제7조 1항에 따라 송파구 풍납동 일대를 보존·관리구역으로 지정했다.
송파구는 "종합계획 수립 시 핵심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에 대한 건축규제 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문화재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송파구는 3월 "문화재청장의 종합계획 수립 행위 등이 지방자치권을 침해한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국가기관' 해당 여부는 그 국가기관이 헌법에 의해 설치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해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지, 권한 존부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할 적당한 기관이나 방법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오로지 법률에 설치 근거를 둔 국가기관으로서, 국회 입법행위에 의해 존폐와 권한 범위가 정해지는 국가기관은 '헌법에 의해 설치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해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국가기관'이라고 볼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문화재청·문화재청장은 정부조직법에 의해 행정각부 장의 하나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된 기관·기관장"이라며 "오로지 법률에 설치 근거를 두고 있고 그 결과 국회 입법행위에 의해 존폐와 권한 범위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장은 '헌법에 의해 설치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해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국가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며 "문화재청장에게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즉각 환영의 입장을 내놨다.
문화재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송파구는 이전에도 풍납2동 복합청사 신축부지에서 발굴된 유적의 현지보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가 각하되는 등 풍납토성과 관련해 소모적인 소송으로 문화재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립과 갈등을 멈추고 풍납토성과 주민이 상생·공존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민족의 문화적 자산인 풍납토성을 온전하게 보존·전승하겠다"면서도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는 주민에 대한 지원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권영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