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회·한법협, 22일 '법조윤리 실질화 방안 모색 토론회' 개최

"변호사는 공공성있는 준사법기관… '윤리적 조언가'로 역할해야"

"재판당사자에 불리한 사실 재판부에 알리면 신뢰 유지 못할 것"

변호사강제주의, 법률보험 주장도… "상고법원 도입과 함께 추진"

△ 김기원 한국법조인협회 회장이 22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열린 '법조윤리 실질화를 위한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 김기원 한국법조인협회 회장이 22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열린 '법조윤리 실질화를 위한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변호사가 '도덕적 조언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진실의무'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변호사강제주의와 법률보험도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적극적 진실의무'를 도입할 경우 의뢰인을 대변하는 변호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와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기원)는 22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법조윤리 실질화를 위한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김기원(변호사시험 5회) 회장은 '변호사윤리 실질화를 위한 개선 방안 모색'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회장은 "변호사법, 대한변호사협회 회칙, 변호사윤리장전 윤리규약 등에는 변호사의 공공성과 관련된 규범이 명시돼 있다"면서도 "일부 구체적 규범은 지켜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추상적이거나 해석의 재량이 있는 조항들은 엄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령과 변호사단체 회규, 국회 평가 이외의 여러 요소들을 살펴봐도 변호사는 공공성을 가진 준사법기관으로서, 엄격한 윤리 준수가 요구되는 직군"이라며 "변호사 직무는 영업이 아니고 영리를 목적으로 활동할 수 없으며, 변호사 보수는 직무수행에 대한 대가적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개개인의 윤리성과는 무관하게 변호사제도가 가진 구조는 변호사들을 상인에 가까운 지위로 내몰고 있다"며 "변호사가 윤리를 철저하게 지킬 이유도 없고, 윤리 준수를 보장하기 위한 정교한 인센티브 부여 구조도 없다"고 비판했다.

또 "윤리적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의뢰인의 이익을 충분히 옹호하지 못한 변호사를 존중하는 의뢰인이나 동료도 없고, 제3자만이 이를 형식적으로 존중할 것"이라며 "변호사윤리의 엄격한 준수가 변호사집단의 경제적 이익의 총량을 낮출 가능성까지 있기에, 변호사 자치 방식의 자정 작용조차도 강력하게 이뤄지기 어렵다"고 했다.

김 회장은 변호사에게 '적극적 진실의무'를 부과해 도덕적 조언가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변호사 역할을 '당파적 대리인'에서 '윤리적 조언가'에 가깝게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윤리적 준사법기관의 검증을 통해서만 사법절차가 진행된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변호사가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품위유지의무나 진실의무는 변호사가 당사자와 모의해 증거를 위조했음이 명백한 경우 등 제한적으로만 인정되고 있다"며 "변호사가 허위의 사실을 말해서는 안 되고, 알고 있는 사실이 당사자나 피고인에게 불리하더라도 이를 적극 알려야 한다는 '적극적 진실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법률보험에 준하는 제도를 만들고 변호사 강제주의도 함께 도입해 당사자가 법원을 기망하려는 시도를 준사법기관인 변호사가 막고, 반드시 변호사를 거쳐서 법원에 주장과 증거가 제출되도록 해야 한다"며 "변호사가 거짓말을 하면 중징계 대상이 되며, 이를 보험급여 환수 사유로 하면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위임계약 시 변호사별 업무와 보수액 명시 △변호사별 사건수 상한제 △사무직원 이력 광고 제한 등 방안을 제시했다.

토론회에서는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했지만, 변호사에 대한 '적극적 진실의무'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시민을 옹호하고 대리하는 변호사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채근직(사법시험 32회)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 윤리, 특히 공공성을 강조하는 변호사 윤리가 변호사에게 부담이 되는 면도 있지만 분명 변호사가 외부 침해세력과 다툴 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면서도 "당사자 입장에서 믿고 선임한 변호사가 그 신뢰에 반해 당사자에게 불리한 사실을 재판부에게 알린다고 가정한다면 그 신뢰는 도저히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고의적으로 진실을 회피하는 것을 문제 삼는 현재의 진실의무 해석론하에서도 규정 집행을 엄격히 하여, 징계‧형사처벌 등을 면밀히 처리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변호사강제주의는 법률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수 제도"라며 "대법원에서라도 변호사강제주의가 도입될 수 있도록 변호사단체가 대법원의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도입과 함께 (국회 입법을)추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관기(사시 30회) 대한변협 수석부협회장은 "변호사의 공공성에 입각해 진실의무를 부과하고 법률보험, 변호사강제주의 도입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교육이나 인센티브 제공만으로 변호사의 적극적 진실의무가 지켜질 수 있을지, 이를 감시할 체계가 쉽게 만들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변호사가 사회보험체제에 편입돼 당국 심사를 받는다면, 변호사의 진실의무에 대한 감시체제는 어느 정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변호사의 본질, 즉 정부나 대기업 같은 관료조직에 대항해 무력한 시민을 옹호하는 직무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호사가 대리하는 자들은 많은 경우 죄인들이고 나름대로 진실을 밝히지 못할 고충이 있을 수 있다"며 "변호사가 이들의 고충을 적극 드러내야 한다면, 죄인들이 스스로 변명하고 변호사에게도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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