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1일 원고 일부승소 원심 확정

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 상대 각 소송

일본 기업 '청구권 소멸시효 완성' 주장

"전합판결 전 권리 행사 사실상 어려워"

"피해자별 1억~1억5000만원 배상하라"

사진: 대법원
사진: 대법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2차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소송은 대법원이 다른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2012년 처음으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후 제기된 소송이어서 2차 소송이라 불린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2건(2018다303653, 2019다17485)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21일 확정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일본 기업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피해자들에게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면, 채무자인 일본 기업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기존 판례 법리다. 

재판부는 "2012년 판결은 파기환송 취지 판결로, 해당 사건 당사자들의 권리가 확정적으로 인정된 것이 아니었다"며 "피해자들로서는 2012년 판결 이후에도 개별적으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을 통해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 가능성이 확실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며 "강제동원 피해자 또는 유족에게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일본 기업을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최종 판단했다(2013다61381).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했다"며 "이를 기초로 일본 기업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함으로써 피해자들이 강제동원으로 인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

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소송은 2013년 3월 제기됐다. 1·2심은 "각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4년 2월 제기된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소송에서도 1·2심은 "각 1억~1억 5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일본 기업이 상고했으나, 이날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이 확정됐다.

/권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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