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특허법학회 등, 16일 '부정경쟁방지법 주요 쟁점' 공개 세미나

권창환 부장판사, '상당한 노력을 요구하는 비밀관리성' 주제 발표

"비밀관리성은 자유롭게 사용하는 정보와, 통제 정보 구분 경계선"

"법원은 '상당한 관리' 법리 기본 틀 유지... 현행법에도 그대로 적용"

△사진: 특허법학회 제공
△사진: 특허법학회 제공

영업비밀 성립요건으로서의 '비밀관리성' 기준이 상대적으로 완화된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르더라도, 법원은 여전히 영업비밀 보유자의 유지·관리 노력이 상당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기본 법리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재판에서 비밀관리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영업비밀 관리 시스템을 보수적으로 설계하고, 내부적으로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단법인 한국특허법학회(회장 김지수)는 16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대한변리사회 회관 지하1층 연수강당에서 '부정경쟁방지법 주요 쟁점'을 주제로 공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법원 지적재산권법연구회·사법정책연구원(원장 박형남)·대한변리사회(회장 홍장원)·충북대 법학연구소(소장 오지용)가 공동 주최했다.

이날 권창환(사법시험 46회) 부산회생법원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결(2017도13791)을 중심으로 '영업비밀 요건으로서 상당한 노력을 요구하는 비밀관리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2019년 대법원은 본사 직원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매점 거래처 정보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시했다(2017도13791). 도매점들과 비밀유지약정을 맺지 않는 등 영업비밀 관리를 위한 예방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권 부장판사는 "이 판결은 비밀관리성 요건인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됐는지' 요건이 쟁점"이라며 "(재판부는)이러한 유지·관리 노력이 상당했는지는 영업비밀 보유자의 구체적 예방조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판결은 구(舊)부정경쟁방지법에 규정됐던 '상당한 노력'에 관한 법리이지만, 2015년 개정법의 '합리적인 노력'에 관한 법리 내지 (2019년 개정된)현행법의 '비밀로 관리된'에 부문에도 기본적인 틀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다.

1991년 부정경쟁방지법에 영업비밀에 관한 규정이 도입되면서 '비밀관리성' 요건은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으로 정의됐다. 하지만 소송 실무에서 이 같은 비밀관리성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경영 환경이 좋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영업비밀 보호 측면에서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2015년 '합리적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으로 요건이 완화됐다가, 2019년 '비밀로 관리'되기만 하면 영업비밀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법이 개정됐다.

권 부장판사는 "영업비밀의 '비밀관리성'은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정보와 그렇지 못한 정보를 구분하는 경계선"이라며 "비밀관리성 요건이 명확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완화해 적용된다면 그 정보를 이용하려는 제3자 관점에서는 정말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다시 조사·확인해야 하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이용 등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종업원의 전직과 겸업 제한 등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제한될 수도 있다"며 "영업비밀 성립요건으로서 비밀관리성의 적정한 설정은 '기업의 재산권 보호' 대(對)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로 접근해야 하는 사회적 합의 내지 입법적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최승재(사시 39회) 변호사는 "법률 개정 후에도 판시된 법리 자체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비밀관리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른 합리적 노력을 통한 비밀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산업 현장에서 기업이 '비밀관리성'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갖춰야 할 제반 시스템의 정도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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