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도산변호사회 등, 18일 '도산법 교육 활성화' 심포지엄 개최

도산사건, 전년대비 21.36% 증가… "국민 수요에 대응 가능해야"

"로스쿨 공부량 과다… 변시 과목에 없는 도산법 선택 기피 현상"

변시 선택과목에 도산법 추가, 절대평가로 학생부담 축소 주장도

△ 정영진 인하대 로스쿨 원장이 18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도산법 교육 활성화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정영진 인하대 로스쿨 원장이 18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도산법 교육 활성화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도산법과 같은 전문법률과목을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도산법이 법조 실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고 있지만, 정작 변시 선택과목에서는 제외돼 있어 재학생들의 학습 유인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취지다. 이에 도산법을 변시 선택과목으로 추가하거나, 전문법률과목 학점이수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대한변협 도산변호사회(회장 조동현)는 18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이상경), 사단법인 도산법연구회(회장 김철만)와 함께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도산법 교육 활성화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정영진(사법시험 35회) 인하대 로스쿨 원장은 '한국 로스쿨에서 도산법 교육의 현황 및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하며 국내 로스쿨에서 도산법 교육이 미흡한 원인을 공급·수요 측면에서 분석했다.

정 원장은 "현재 대부분의 로스쿨이 재정 문제로 교수 충원에 적극적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변호사시험 과목에 없는 도산법 전임 교원을 신규로 영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생들도 변호사시험 합격이 최우선 목표이고 그것만으로도 공부량이 상당하다"며 "졸업 후 전문성을 고려하기보다는, 변시 선택과목 중에도 분량이 적은 국제거래법과 환경법 등 특정 과목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준규(사시 44회) 서울대 로스쿨 교수도 "로스쿨 3년 동안 기본과목인 헌법, 민법, 형법 학습에 더해 민·형사 기록형 시험 대비까지 학생들이 해야 할 공부량이 너무 많다"며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도산법 교육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철만(사시 41회) 도산법연구회장이 9월 '변호사시험 선택과목 개선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25개 로스쿨 중 도산법 과목을 개설한 곳은 20곳, 도산법 전임교원을 확보한 곳은 8곳이다.

△ 최준규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18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도산법 교육 활성화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최준규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18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도산법 교육 활성화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심포지엄에서는 로스쿨에서 도산법을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이 공감했다.

김영석(사시 47회)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법원조직법상 특수법원에 해당하는 행정·가정·회생·특허 법원 중 변시에서 관련 과목이 없는 법원은 회생법원이 유일하다"며 "법조인들이 도산법 전문 지식 없이 도산 업무에 뛰어들게 놔둔다는 것은 법원조직법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김형두(사시 29회) 헌법재판관은 "최근 민사사건 담당 판사나 변호사가 회생·파산 절차를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아 로스쿨에서 도산법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법률가는 국민이 필요로 하는 법률 수요에 기본적인 대응은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홍(사시 51회) 서울회생법원 판사도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국제정세 불안 등의 영향으로 도산사건 수가 폭증하고 있지만, 도산법 전문가는 많이 배출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문가가 담당해야 할 역할을 비전문가나 브로커 등이 대신해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과 개인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국 법원 도산사건 접수 건수는 총 13만 748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1.36% 증가했다. 개인회생은 40.94%, 법인회생은 63.82%, 법인파산은 58.59% 늘었다.

△ 양선숙 경북대 로스쿨 원장이 18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도산법 교육 활성화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 양선숙 경북대 로스쿨 원장이 18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도산법 교육 활성화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도산법 교육 정상화 방안으로는 △변시 선택과목에 도산법을 추가하는 방안 △변시 선택과목 시험을 폐지하고 학점이수제를 단독 운영하는 방안 △학점이수제와 변시 선택과목 시험을 병행하는 방안 등 의견이 나왔다.

양선숙 경북대 로스쿨 원장은 '변시 선택과목 시험 폐지'와 '전문법률과목 학점이수제' 도입을 주장했다.

양 원장은 "학점이수제는 로스쿨 재학 동안 전문법률과목 3~4개를 수강하고, 일정 등급 이상 성적을 얻으면 이수하는 제도"라며 "이는 전문법률 소양 검증 시험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로스쿨 밖에서의 시험을 로스쿨 안으로 들여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황 고려대 로스쿨 원장은 "(전문법률과목을)P/F 제도로 운영해야 학생들이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며 "특정 과목에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수강신청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어차피 그 과목에서는 좋은 성적을 못 받는다는 것을 알기에 높은 학점을 얻을 수 있는 다른 과목으로 학생들이 몰리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시형 법무법인 선경 대표변호사가 '도산법 교육 활성화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박시형 법무법인 선경 대표변호사가 '도산법 교육 활성화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반면 박시형(사시 51회) 법무법인 선경 대표변호사는 "학점이수제만으로는 교육 부실화 또는 로스쿨 간 불평등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며 "학점이수제와 변시 선택과목 시험 제도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정 점수 이상 획득하면 통과하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시험을 실시하고, 실시 시기를 변호사시험 이후로 하는 등 학생들의 부담을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법조인력과의 이재인(사시 52회) 검사는 "법무부도 문제점을 인식해 변시관리위원회 산하 TF에서 선택과목 시험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관련 연구용역도 진행 중"이라며 "심포지엄에서 나온 의견을 포함해 학계와 실무가, 학생들의 의견을 경청해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공론을 형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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