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등, '형사사법제도 평가와 개편 방향' 학술대회

국회, 남용 사례 많다며 작년 고발인 이의신청 폐지

"경찰이 사건 불송치하면 사법오류 시정 기회 상실"

'유명무실' 검찰 재수사요청… "대부분 불송치 수용"

"이의신청하면 항고 등 불복 절차 추가로 거칠수도"

△ 허인석 변호사가 15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국가 형사사법제도의 평가 및 개편 방향'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허인석 변호사가 15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국가 형사사법제도의 평가 및 개편 방향'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고발인에게도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검사가 '재수사 요청'을 할 수 있지만, 사유가 제한적이고 횟수도 1회로 한정되는 등 사법 오류 시정 절차로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와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정웅석)는 15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대한변협회관 세미나실에서 '국가 형사사법제도의 평가 및 개편 방향'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허인석(사시 41회)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의 평가 및 향후 개정 방안'을 발표하며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배제한 2022년 개정 형사소송법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2021년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는 내용의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됐다.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시정조치 요구권·재수사 요청권 인정 △경찰의 1차적 수사 종결권(불송치권) 인정 등을 골자로 한다. 

그리고 2022년 9월부터는 검사의 직접 수사를 더 제한하는 내용과 경찰관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주체에서 고발인을 제외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됐다.

△ 허인석,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의 평가 및 향후 개정 방안, 국가 형사사법제도의 평가 및 개편 방향 학술대회 자료집, 2023, 75p.
△ 허인석,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의 평가 및 향후 개정 방안, 국가 형사사법제도의 평가 및 개편 방향 학술대회 자료집, 2023, 75p.

허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고소사건 중 이의신청하지 않은 사건, 고발사건에서는 재수사 요청만 가능하다"며 "반면 개정 전에는 경찰이 전건을 송치했으므로 검찰에서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재지휘를 통해 사법 오류를 시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수사 요청은 이미 1차적으로 수사가 종결된 사안에 대한 것이어서 검찰은 오로지 사건 기록과 사법경찰관의 의견만을 토대로 불송치 결정을 송치 결정으로 변경할 만한 사항이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하는 한계가 있다"며 "실제로 검찰 실무상 불송치 결정된 사안에 대해 사건 기록만 검토해 재수사를 요청하는 사안은 극히 예외적"이라고 말했다. 

또 "심지어 재수사 요청은 단 1회로 한정되며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유지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송치를 요구할 수도 없다"며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은 예외적 송치요구를 규정하고 있지만, 말그대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며 애초에 재수사 요청 사유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실제 송치요구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발인에게 이의신청권을 보장하게 되면, 이의신청을 포기하지 않는 한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므로 검찰은 보완수사 요구 또는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며 "보완수사 요구 제도는 재수사 요청과 달리 경찰과 검사가 상호 협의하는 과정에서 사법 오류를 시정할 충분한 기회가 보장되고 항고, 재정신청 등 불복수단도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당시 정치권은 고발인들이 정치적 목적 등을 이유로 이의신청을 남용한다는 점을 폐지 이유로 들었다. 수사력 낭비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허 변호사는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제3자가 사익적 의도로 고발을 남발하는 경우에는 각하 처분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될 일"이라며 "70여 년 사법 역사 동안 고발인에게 중층적 권익구제 수단을 마련해 주다가 한순간에 불복 수단을 배제하는 것은 권리 구제 사각지대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발인에게도 이의신청권을 보장하는 등 고소인과 고발인의 지위를 일원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황문규 교수가 15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국가 형사사법제도의 평가 및 개편 방향' 학술대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 황문규 교수가 15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국가 형사사법제도의 평가 및 개편 방향' 학술대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토론에서는 이의신청 절차와 관련해 실무상 문제되는 점들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고소인의 이의신청으로 인해 송치된 사건은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하는 방향으로 수사준칙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며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하면 당초 불송치 결정을 한 경찰 수사관이 다시 해당 사건을 받기에, 새로운 증거를 적극적으로 찾을 동력도, 불송치라는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허 변호사는 "이의신청 사건을 검찰이 의무적으로 직접 수사하게 되면, 어차피 검찰에서 수사할 테니 간략하게 수사하고 검찰에 사건을 넘기려는 경찰이 많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최창호(사시 31회) 법무법인 정론 변호사는 "당사자 법적안정성 보장을 위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기간을 규정해야 한다"며 "현재 규정이 없어서 공소시효가 도과하지 않는 이상 몇 년이 지나도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데, 피의자 입장에서 피소됐던 사건이 종결되면 무고로 맞고소하려 해도, 언제 사건이 종결되는지 명확하지 않아 판단하기 어려운 고충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밖에도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가 주제 발표를, 박용철 서강대 로스쿨 교수, 김성은(사시 32회) 법무법인 동민 변호사, 김영중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민중 중앙일보 기자, 윤지영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본부장이 토론을 했다.

/권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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