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등, 15일 '의료감정 개선방안' 세미나 공동 개최

"감정 지연 문제 심각… 마감일 지정 등 예규 개정을"

공정성 검증방안 부족 지적도… "교육절차 마련해야"

"회신기간 규정해도 선언적 의미에 그칠 것" 반론도

△ 김유정 변호사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의료감정의 실무상 문제점 및 입법적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김유정 변호사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의료감정의 실무상 문제점 및 입법적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의료감정이 지체되면서 소송이 장기화되고, 중도에 사법구제를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는 등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법원규칙에 '감정 마감일'을 규정하고 의료인을 대상으로 감정 교육을 실시하는 등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15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비례대표), 무소속 양정숙 의원(비례대표)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의료감정의 실무상 문제점 및 입법적 개선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김유정(사법시험 50회)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는 '의료감정의 실무상 현황,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자료에 따르면, 의료감정이 진행된 소송에서 2022년에 가장 많이 선고된 사건은 2020년에 제기된 사건들(140건)이고, 선고 사건 상당수가 2019~2021년에 소 제기된 사건"이라며 "이처럼 의료감정으로 인해 평균 소송기간이 2~4년, 길게는 7년까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조 직역에서 신체감정이나 의료감정 때문에 소송이 지연된다는 사실은 절대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는 △감정의뢰 내용의 불분명성 △감정요청사항의 부적절성 △감정자료 미흡 등으로 감정이 지연되거나, 감정 인력 풀(pool)이 부족해 선정 자체에 시간이 오랫동안 소요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정을 하더라도 감정수행기간 마감이 정해져있지 않아 법원에서는 감정인이 결과를 보내오기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독촉절차를 진행하더라도 강제성이 없어서 사실상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 방안이 없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법원행정처에서 진행한 의료감정제도 개선방안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송 중 진행되는 신체감정 및 진료기록감정 절차 지연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 판사 99.1%(328명)가, 변호사 98.1%(309명)가 공감을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사는 의료감정 절차 지연 원인을 '감정의에 대한 경제적 보상 부족(85.5%)'을, 변호사는 '명단에 등재된 감정촉탁병원 및 전문의 수 부족(73%)'을 꼽았다.

한편 의료감정 결과에 대한 공정성 검증 장치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의료감정은 단순히 법원에 제시하는 의견이 아니라 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준사법적 기능을 수행한다"며 "소송 승패에 굉장히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감정결과에 대한 공정성 검증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의료소송이 병원이나 의사를 상대로 한 소송인데, (의료인인) 감정인과 소송당사자인 의사가 어떤 관계인지 등의 사실도 알 수 없다"며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해 감정인이 공정하게 감정을 해줄 것이라고 믿고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감정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교육도 마련돼 있지 않아,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외국에는 감정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있고,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소송절차에 감정 절차가 없고 전문가 증언으로 사실을 입증한다. 일본은 신체감정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감정을 선택적으로 실시하고,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복수감정이나 콘퍼런스 감정 등을 도입했다. 프랑스는 감정인 관리제도, 감정인과 감정업무를 관리하는 특별임무 수행판사를 별도로 운영한다.

△ 박호균 변호사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의료감정의 실무상 문제점 및 입법적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 박호균 변호사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의료감정의 실무상 문제점 및 입법적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박호균(사시 45회)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감정 예규를 개정해 감정기간을 미리 정해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 변호사는 "손해 범위를 확정하고 잘잘못을 가려야 하는 소송에서 감정이 늦어지면 소송 자체를 포기하는 분들도 있다"며 "감정 자체가 과도하게 지연되는 문제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심각하게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성이나 객관성에 의문이 가는 감정 결과가 적시에 제출되면 당사자는 반박이나 보완을 위해 감정보완신청이나 사실조회신청 등을 통해 입증 노력을 좀더 해볼 수 있다"며 "절차 지연 문제를 우선적으로 개선하면 재판의 공정성이나 적정성 문제도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대법원 규칙인 감정 예규에 감정마감시한을 정하는 등의 세부적인 내용을 충실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는 의료감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민사소송법이나 의료법을 개정해 감정거부나 고의 지연, 편파 감정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감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감정인들에게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며 "감정절차를 지속적으로 평가해 공정성을 갖춘 감정인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감정인이 속한 감정기관에 의료등급평가 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이주연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감정인이 일정기간 내에 감정에 관한 회신을 해야 한다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감정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민사소송법이나 대법원규칙에 두더라도 선언적 의미 외에 감정인을 실질적으로 구속하는 효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감정촉탁 회신을 이유 없이 지체하면 재판장이 소속 법원장이나 지원장에게 보고해 감정촉탁기관과 감정과목별 담당의사 명단을 조정하는 규정을 예규에 삽입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처럼 법원에서 몇 달 내지 몇 년 동안 감정을 해줄 병원과 의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의무 규정을 둔다고 해도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어렵다"며 "감정업무 실적을 의료기관 평가제도에 반영하는 방안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검토를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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