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발의 법안, 국회 회기마다 급증… 법률안 위헌 결정도 늘어

입법영향분석 도입 법안 계류중… 국회의장 "좋은 입법 원동력"

변협-국회입법조사처 부속협정 체결… "전문성 강화위해 맞손"

국회에서 발의되는 입법안의 내실을 강화하기 위해 법률안 시행 시 예견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예측·분석하는 '입법영향분석'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률안 발의 건수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는 만큼, 질적 차원에서도 실효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 21대 국회 입법 발의, 16대보다 9배 이상 늘어… "질적 향상도 꾀해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법률안 발의 건수는 제16대 국회 2507건, 제17대 7489건, 제18대 국회 1만 3913건, 제19대 국회 1만 7822건, 제20대 국회 2만 4141건으로 집계됐다. 

제21대 국회에서는 12일 기준 2만 5097건의 법률안이 발의됐다. 주체별로 세분화하면 의원 발의가 2만 3135건, 위원장 발의는 1156건, 정부 발의가 806건이다.  이중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인 법안은 1만 7202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위헌 결정을 받은 법률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위헌 판단을 받은 법률은 2019년 5건, 2020년 7건, 2021년 6건, 2022년 17건으로 증가세가 뚜렷했으며, 올해는 10월 기준으로 25건에 달한다. 헌법불합치 결정도 2019년 1건에서 2020년 4건, 2021년 2건, 2022년 8건, 올해는 10월까지 7건이 나왔다.

의원입법은 법안 발의 과정이 간소한 편이다. 국회법상 대표 발의자를 포함해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서명만 받으면 발의가 가능하다. 예산 증액이나 기금상 조치가 필요하면 법안비용추계를 더하는 절차 등이 추가된다. 다만 정부는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 때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라 규제영향분석을 실시해야 한다.

한 국회보좌관 출신 변호사는 "보좌관으로 일할 당시 개정법률안의 내용 파악은 가능하지만 상임위 검토보고서만으로는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았다"며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뿐 아니라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분야에서도 혹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한 보고서가 있었다면, 후속조치와 추가 개정 절차가 훨씬 용이했을 것"이라고 했다.


● 입법영향분석 10년째 계류중… "'좋은 입법' 원동력 될 수 있어"

입법영향분석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법률안은 제19대 국회부터 꾸준히 발의됐다. 제19대에서는 유기준·이한구·민현주 의원이, 제20대에서는 백재현·지상욱·김종석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제21대 국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입법영향분석 도입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여당에서는 홍석준·윤재옥·이종배·정경희 의원이, 야당에서는 신정훈·김태년 의원이 각각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9월 1일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국회입법조사처 전문 인력이 참여한 입법영향분석이 좋은 입법을 추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박상철)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입법영향분석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법률안이 시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효과를 사전에 검증하는 절차를 두면, 입법의 완성도를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입법조사처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입법영향분석을 주제로 한 세미나와 간담회만 총 32회 개최했다. 또 관련 정책연구용역 보고서도 12건을 출간했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입법영향분석 보고서는 총 82건, 제도 관련 연구보고서는 4건이 나왔다.

다만 입법평가과정에서 국회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입법영향분석을 의무화 하면 법률안 발의까지 걸리는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같은 비판 때문에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입법영향분석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입법영향분석은 입법권을 침해하려는 제도가 아니라 질적으로 좀더 완성도 높은 양질의 법안을 만들어 입법권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법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를 판단해서 입법에 도움을 줄 뿐 입법권을 침해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입법권 침해 등)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의원이 필요한 경우 입법영향분석을 요구하도록 하는 등 도입방안을 개선한 결과, 법률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많이 얻은 상황"이라며 "입법은 국민 권리나 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다각적이고 다층적인 분석을 통해 더 나은 입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안 쟁점이 적고 분석이 수월하면 2~3주면 보고서가 완성되고 쟁점이 복잡하면 그 이상이 소요된다"며 "우선 법률안을 발의하고 분석서를 요청하면 소관 소위원회에서 법률안을 심사하기 전까지는 대부분 분석서가 완성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해외에서는 각국의 입법환경에 맞춰 입법영향분석제도를 도입한 나라가 많다. 유럽연합(EU)은 EU 집행위원회의 영역별 총국(Directorates General)이 법률안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법률안을 제출할 때 영향평가보고서를 제출한다. 독일은 정부 제출 법률안에만 입법영향분석이 요구되지만, 연방의회나 연방참의원이 요구하면 연방의회나 참의원이 발의안 법률안에도 입법영향분석에 준하는 검토를 하고 있다. 


● 변협-입법조사처 부속협정 체결… "입법안 분석시 법률전문성 강화"

△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왼쪽)과 김영훈 대한변협회장(오른쪽)이 12일 부속협정을 체결하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왼쪽)과 김영훈 대한변협회장(오른쪽)이 12일 부속협정을 체결하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입법영향분석 제도화에 변호사들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입법안 분석 시 법리 검토가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만큼, 법률가 단체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와 국회입법조사처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처장 부속회의실에서 부속협정서 체결식을 열었다.

변협과 입법조사처는 지난 2019년 5월 이미 상호교류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에는 △입법영향분석 제도화 및 고도화를 위한 공동 노력 △입법영향분석 전문성 강화를 위한 협정기관 간 견해 교류를 위한 부속협정을 추가로 맺었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입법영향분석은 정책 검토뿐 아니라 법제나 법리 검토도 필수"라며 "이번 부속협정서 체결을 통해 법률 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법안)분석수준을 한층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영(변호사시험 2회) 대한변협 정무이사는 "사회가 복잡다기해지면서 법률안도 복잡해지고 무엇보다 법률제·개정안도 그 변화로 인한 파급효가 예상치 못한 곳까지도 미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21대 국회에서 '입법영향분석제도'가 도입되면 제22대 국회에서 양질의 입법과 건설적 논의가 이어져 갈수록 전문성이 향상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대한민국 국회가 될 것"이라며 "우리 국회가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이라 선언한 제9차 개정 헌법 전문이 부여한 사명을 완수하는 데 한걸음 다가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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