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여변, 5일 '형사공탁특례 점검과 보완 심포지엄' 개최

"양형기준에 피해자의사 반영을… 양형사유 세분화 필요"

"피해자에 '기습공탁' 신속히 알려 의사표현 할 수 있어야"

"친고죄 규정 폐지… 예전과 피해자 의사 중요성 다를 것"

​△ 신진희 변호사가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형사공탁특례 제도 시행 1주년 점검과 보완 심포지엄'에서 '형사공탁특례제도 시행 1주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 신진희 변호사가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형사공탁특례 제도 시행 1주년 점검과 보완 심포지엄'에서 '형사공탁특례제도 시행 1주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형사 피고인이 피해자 성명과 사건명, 사건번호만 기입해 법원에 형사공탁을 할 수 있는 '형사공탁특례 제도'가 시행 1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피해자가 공탁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양형에서 형사공탁이 감경요인으로 작용하는 점을 이용해 '기습공탁'과 같은 악용 사례가 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피해자 관점을 반영한 양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와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김학자)는 5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형사공탁특례 제도 시행 1주년 점검과 보완 심포지엄'을 열었다.

신진희(사법시험 50회) 대한법률구조공단 피해자국선전담변호사가 '형사공탁특례제도 시행 1주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신 변호사는 "살인·성폭력처럼 피해자와 유족이 심각하게 고통받을 수 있는 범죄에서도 양형 기준이 다른 범죄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 큰 문제"라며 "살인죄·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 동의 없는 공탁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으로 삼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재산범죄가 아닌 피해자의 생명·신체·성적 자기결정권 등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에서는 양형기준에 '피해자 요소'를 신설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피고인을 용서하거나 처벌불원 의사가 있는 경우 △용서하지 않고 처벌도 원하나, 피고인의 공탁금을 수령하여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이뤄진 경우 △피해자가 피고인의 한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면서 여전히 엄벌 탄원을 하는 경우로 나눠 양형 사유로 참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신 변호사는 '기습 공탁'이 이뤄질 경우 법원이 피해자에게 신속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습 공탁'은 피해자 또는 피해자 변호사가 이의 의견을 제출할 수 없도록 변론 종결 이후 판결 선고 며칠 전에 기습적으로 행해진 공탁을 뜻한다.

그는 "'기습 공탁'의 경우 피해자는 피고인의 일방적인 공탁을 수용한 사실이 없어도 피고인의 공탁이 판결문에 감형 사유가 되는 것을 알고 경악하고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습공탁에 대한 피해자의 절차 소외를 막기 위해 피고인의 '기습 공탁'을 적극 피해자에게 알려 피해자가 피고인의 공탁에 대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공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윤성헌 판사가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형사공탁특례 제도 시행 1주년 점검과 보완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윤성헌 판사가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형사공탁특례 제도 시행 1주년 점검과 보완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윤성헌(사시 51회)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양형 기준 보완에 대한 필요성에 동의했다.

윤 판사는 "현행 양형 기준에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공탁 등을 했을 때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 재량권을 행사해 실질적으로 피해 회복이 이뤄졌는지 심리하고 공탁을 감경 요소를 반영할지 판단할 수 있다"면서도 "양형기준상 공탁 관련 양형 인자가 재산 범죄와 비재산 범죄 구분이 없고,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공탁에 대한 명시적인 지침이 없어 피고인의 일방적인 공탁으로 (피고인이)감형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피해자의 불안을 해소시키기에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재산 범죄의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 감경인자 정의규정에 '피해자가 형사공탁금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는 제외한다'는 문구를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이 경우 법원에서 피고인이 기습공탁을 했을 때 양형조사관이나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통해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고,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수령거절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피해 회복(공탁 포함)'을 감경인자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피고인의 공탁시기를 제한함으로써 법원에서 피해자 의사 확인 등 충실한 양형심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통상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다가 종국적으로 합의가 결렬되면 비로소 공탁을 하는 실무관행을 고려하면, 공탁 시기를 변론종결 시로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 박찬영 검사가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형사공탁특례 제도 시행 1주년 점검과 보완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박찬영 검사가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형사공탁특례 제도 시행 1주년 점검과 보완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박찬영(변호사시험 1회)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은 "형사사건 피고인이 '변론종결 후, 판결 선고 직전' 형사 공탁을 접수한 경우, 법원이 이를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반영해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공탁 사실에 대한 피해자의 의견 진술, 공탁금 불수령 의사 제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변론을 재개하거나 선고기일을 연기하지 않은 채 곧바로 판결을 선고하면 공탁 경위나 공탁 사실에 관한 피해자 의사를 확인할 수 없어 양형 판단 요소에 관한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기습공탁이 접수되면 대검은 피해자 의사 등을 고려해 신중히 양형 판단을 해달라는 양형 의견을 개진하는 등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공탁소에서 검찰에 공탁사실을 우편 통지하는 시간 등으로 인해 검찰에서도 공탁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판결이 선고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선고 연기, 변론재개 요청을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여 추가적인 양형심리를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재판부 판단"이라며 "형사공탁이 접수된 모든 사건 피해자들의 재판 절차 진술권을 두텁게 보장하기 위해 '형사공탁이 접수된 경우 피해자 의사 확인 등 절차에 관한 사항'을 재판 예규 등에 명시적으로 규정해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임효진(변시 1회) 법무법인 와이케이(YK) 변호사는 "형사공탁 특례제도를 개선해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고, 피고인 중심의 사고방식과 형사사법절차를 '피해자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친고죄로 규정돼 있는 종래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자 의사가 갖는 의미나 중요성이 친고죄 규정이 폐지된 현재의 성폭력 범죄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형사공탁특례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절차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나아가 형사공탁을 양형기준에 반영할 것인지와 그 정도에 대해서도 새로운 '양형심리 모델' 정립이라는 관점에서 종합적·유기적으로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김영훈 대한변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형사공탁특례제도 시행 1주년을 맞아 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형사공탁특례 제도가 피해자 의사에 반해 양형 감경사유로 고려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양형에 관한 피해자들의 우려가 언론 등을 통해 표면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바, 오늘 이 자리에서 형사공탁특례 제도에 따른 양형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와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검토가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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