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국회포럼' 등, 29일 국회의원회관서 토론회

"'비인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따라 법 통과돼야"

"완전한 사회적 합의 강조 시, 소수자 보호 불가능해"

"법적 지위 인정받는 것… '단순 선언'으로 볼 수 없어"

민법 개정안 2년 넘게 계류 중, 법원행정처 "신중검토"

현행 민법 98조(물건의 정의)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이 2021년 10월 정부 입법으로 발의됐지만 2년이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날로 잔혹해지는 동물 학대 범죄를 제대로 처벌·예방하기 위해 관련 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단체와 국회에서 제기됐다.

동물해방물결(대표 이지연)은 동물은물건이아니다연대, 동물복지국회포럼(박홍근,한정애,이헌승 국회의원), 박주민, 이탄희, 장혜영, 윤미향 국회의원과 함께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를 주제로 민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해당 민법이 그대로 존재한다면, 날로 잔혹해지는 동물 학대 범죄를 제대로 처벌·예방할 수 없으며 여러 산업에서 생산·이용·도살되는 동물을 구제할 기초 조건 또한 확보하기 어렵다"며 "이번 토론회가 국회 내 입법 추진 의지를 높이고 사법부의 유보적인 입장을 선회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김도희(변호사시험 2회) 변호사는 '판례와 사례를 통해 본 동물의 비(非)물건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프랑스·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이 아닌 것으로 변경한 지 오래"라며 "민법 개정안에는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물건에 관한 규정을 따른다는 단서가 있으므로,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사법부가 말하는 사회적 혼란이나 분쟁을 일으킬 소지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법은 오로지 '인간 중심'이기 때문에 (비인간들이) 각종 위기에 봉착해 위협받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비인간'과 인간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재정립하느냐가 시급한 문제가 될 것인데, 서둘러 민법 개정안이 통과돼 그 논의의 시작점 역할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호 서울대 연구교수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에 대해 '특별한 규정 없이 '상징적 규정'으로 실효성 없다'는 비판이 있다"며 "완전한 사회적 합의를 바라는 건 지나친 이상으로, 설득이 중요하긴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너무 강조하면 소수자 보호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석수민 검사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제5간담회실에서 열린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토론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 석수민 검사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제5간담회실에서 열린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토론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석수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는 민법 개정안과 유사한 해외 입법례를 소개하며 구체적 차원에서의 논의가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 검사는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 민법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프랑스 민법은 동물이 물건이 아님을 선언하는 것을 넘어 동물은 '감정을 지닌 생명체이다'라고 말하며 동물의 '특수한 성질'을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동물이 존중·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넘어 구체적으로 어떤 종과 형태의 동물을 이에 포함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독일·스위스 등 민법에서 '동물이 물건이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는 것은 단순한 '선언적 규정'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개정안에 의하면 동물은 물건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 그 자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게 되는 의미가 있으므로 단순한 선언에 그친다고 볼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한편 지금까지 정부 발의안과 함께 국회에 발의된 '동물 비물건화' 민법 개정안은 총 5건이다.

다만 민법 개정안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신중검토' 의견을 내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냈다. "동물이 사법상 어떤 권리·지위를 지니는지를 구체적으로 규율하지 않아 법적 혼란과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등의 이유에서다. 

한주현(변호사시험 3회)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변호사는 "'동물을 물건이 아닌 것'으로 규정하는 민법 개정안은 향후 동물을 단순한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는 구체적 법령 개정들을 이끌어낼 수 있는 '선언적 기본법 규정'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언적 규정이라 통과되지 말아야 할 법이 아니라, 선언적 규정이기에 통과돼 하는 법"이라며 "동물이 물건처럼 취급되는 참혹한 현실을 개선하려면 동물을 물건과 달리 보지 않는 민법이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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