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6일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 파기환송

"지정 않으면 수목 집단서식지 경계 잠식 우려"

"매수청구권 행사 가능… 침해 과도하지 않아"

사진: 대법원
사진: 대법원

자연환경 보전 필요성이 큰 지역에 인접해 있다면, 농경지라 하더라도 지자체가 폭넓은 재량을 갖고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땅 주인 A씨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도시계획시설결정 해제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2022두61816)에서 "서울시의 공원구역 지정은 위법하다"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16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시는 1971년 8월 서울 강동구 고덕산 일대 3만 4000평의 땅을 구 도시계획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공원)로 결정·고시했다.

해당 결정·고시는 '도시계획시설결정 일몰제'에 따라 2020년 7월 1일까지 유효했다. 도시계획시설결정 일몰제는 2000년 7월 1일 이전에 결정·고시된 도시계획시설결정의 효력을 20년 뒤부터 상실하게 하는 제도다. 헌법재판소가 1999년 10월 구 도시계획법 제4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97헌바26)을 하면서 도입됐다. 

A씨는 도시계획시설(공원)로 결정·고시된 고덕산 일대 땅의 일부를 2017년 5월 매입해 같은해 7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농경지로 사용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일몰제에 따라 도시계획시설(공원) 결정들의 효력이 전면 상실되는 것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던 중, 도시계획시설(공원)로 결정·고시됐던 고덕산 일대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2020년 6월 지정했다.

토지 위에 도서관을 지으려던 A씨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같은 해 8월 서울시에 도시자연공원지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완충지역을 포함해 도시자연공원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이에 A씨는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은 "A씨 토지는 1912년 토지조사사업 당시 지목이 '답(畓)'으로 조사됐고 1971년 도시계획시설(공원)로 결정되기 전부터 농경지로 이용돼 왔으며, 면적도 약 82평으로 공원구역 면적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A씨 토지가 공원구역의 양호한 식생 보호를 위한 완충지역으로 기능하고 있다거나, 공원구역에 편입되지 않으면 공원 경계가 잠식돼 훼손될 위험이 적다"고 판단했다(2021누77106).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자연환경 보호 등을 목적으로 하는 도시관리계획결정은 식생이 양호한 수림의 훼손 등과 같이 장래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 등을 반영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이라며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거나 형평·비례 원칙에 뚜렷하게 반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A씨 토지에 인접한 임야는 국토환경성평가 1등급, 생태·자연도평가 2등급 등으로 '법·제도에 의해 보고되고 있는 지역이거나 환경·생태적 측면에서 우수한 자연환경을 지닌 지역'으로서 '보전이 우선시 되거나 필요한 지역'에 해당한다"며 "A씨 토지는 국토환경성평가 2등급에 해당해 법제적 또는 환경·생태적 측면에서 우수한 자연환경을 지닌 지역으로, '보전이 우선시 되거나 필요한 지역'인 임야에 인접해 있으므로 적어도 보전이 필요한 지역의 '완충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 토지는 1971년 8월 최초 도시계획시설(공원)로 지정된 후 계속 지목에 따라 농경지로 이용된 것으로 보이고, 2017년 토지를 취득한 A씨 역시 계속해 농경지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만약 A씨 토지를 종래 용도로 사용할 수 없어 그 효용이 현저하게 감소되거나 사용·수익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A씨는 공원녹지법 제29조에 따른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공원구역 지정이 A씨의 사익을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권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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