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찰관에 유죄 선고한 원심 파기환송

"소재불명으로 인식할만... 고의 단정 못해"

사진: 대법원
사진: 대법원

피의자의 출석 의사 표명사실을 누락하고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경찰관이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의자가 도주 상태에서 제3자를 통해 출석 의사를 밝혀, 진정한 의사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사정 등을 고려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직권남용체포 등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9일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부산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 중이던 A씨는 2020년 6월 베트남 국적 B씨의 특수상해 사건을 맡게 됐다. 

B씨가 일하던 건설 현장 관리자는 다음달 6일 A씨에게 "B씨와 함께 조사 받으러 가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A씨는 "외근 중이라 조사가 어려워 다음에 오라"고 답했다.

하지만 A씨는 이튿날 수사보고서를 작성하며 B씨의 출석 의사 표명 사실을 누락한 채 'B씨는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고 도주한 상태'라고 기재했다. 이후 A씨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B씨를 체포했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B씨가 출석 의사를 밝혔던 사실이 드러나자,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는 있으나, B씨는 불법체류자로서 범행 직후 도주했고 사용하던 휴대전화 전원을 끄기도 했던 점 등을 고려해 허위 기재는 아니"라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B씨의 자진 출석 의사 표명과 출석 보류 경위에 관한 내용 등을 수사보고서에 누락하고, B씨가 도주 상태에 있다고 기재한 것은 그 내용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서 허위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다시 항소심 판단을 뒤집고 최종적으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A씨가 수사보고서 작성 당시 B씨에 대한 체포 사유와 관련한 내용을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은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수사보고서 내용에 거짓이 있다거나 A씨에게 허위공문서 작성에 관한 확정적·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점에 관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B씨가 출석이 보류된 이후 부산에 있는 거주지로 복귀하지 않은 채 다시 잠적했고, 건설 현장 관리자도 B씨의 소재를 알지 못했다"며 "수사보고서 작성 당시에는 B씨가 소재불명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또 "A씨가 B씨와 직접 통화를 한 것도 아니고, B씨가 건설 현장 관리자와 함께 있는 것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며 "A씨는 B씨가 여전히 도주한 상태로서 소재 불명 상태에 있다고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건설 현장 관리자를 통해 B씨의 자진 출석 의사를 전달받기는 했으나 B씨의 의사가 진정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수사보고서에 자진 출석 표명 여부와 출석 보류 경위를 기재하지 않았다고 해서 A씨에게 허위공문서 작성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권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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