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재용 대한변협 등록 환경 전문 변호사
△ 진재용 대한변협 등록 환경 전문 변호사

환경부는 2023년 9월 7일 공장 간 폐수를 재활용 할 수 있게 하겠다면서 물환경보전법시행규칙을 개정안을 입법예고(42조 5호 신설)하였다. 주요 내용은 폐수를 사용하려는 사업장에서 수질오염물질이 적정하게 처리되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수질오염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하고 폐수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개정 이유를 “극한기후 등으로 장래 물 부족 문제가 예상되는 가운데, 산업현장에서는 공업용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용수 다변화 등에 대한 새로운 정책환경 조성이 필요함에 따라 이를 개선·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이른바 ‘킬러 규제’ 혁파 방안이라고 설명하기도 하였다. 얼핏 생각하기에 폐수를 재활용한다고 하면 친환경적으로 보이고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환경부의 이러한 태도는 환경법의 대원칙인 원인자 부담의 원칙을 훼손하고, 환경오염 처리의 외주화, 하청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기존에도 공장 간 폐수 재활용이 불가능하지 않았다. 물환경보전법 시행령 제33조 1호에 따라 배출시설의 기능 및 공정상 수질오염물질이 항상 ‘배출허용기준 이하’로 배출되는 경우에는 다른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를 활용하여서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었다. 환경부의 이번 개정은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여 배출되는 경우에도 재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개정안을 보면, 폐수를 사용하려는 사업장에서 수질오염물질이 적정하게 처리되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기준치를 초과하는 폐수’를 재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규정이 잘 갖추어져 있더라도 폐수를 공급받는 사업장에서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를 막을 수는 없다.

환경정책기본법 제7조는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이라는 제목하에 ‘자기의 행위 또는 사업활동으로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원인을 발생시킨 자는 그 오염·훼손을 방지하고 오염·훼손된 환경을 회복·복원할 책임을 지며,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인한 피해의 구제에 드는 비용을 부담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환경보전법, 대기환경보전법 등 각 개별 환경법령들은 모두 이러한 대원칙하에 체계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규제체계를 갖추고 있다. 환경부의 이번 물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이 과연 기존 환경법의 규제체계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인지,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환경오염 처리의 외주화, 하청화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공사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을 외주화, 하청화로 진단하곤 한다. 발주처는 위험한 업무를 거듭 하청을 주면서 리스크에서 벗어나고, 근로자는 부실한 관리 감독하에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문제가 환경 분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환경 문제는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걱정스럽다.

/진재용 대한변협 등록 환경 전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강남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