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수 변호사
도진수 변호사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학문과 수양의 발전 과정을 나이에 따라 구분하셨다. 나이 이칭 중에서도 ‘불혹’은 참 멋진 말이다. 마음을 확고하게 세우는 ‘이립’과 세상의 명을 깨닫는 ‘지천명’ 사이, 낯섦과 유려함 사이 그 어딘가에 곧게 서 있는 느낌이 든다.

1985년생으로서 서른아홉 살인데, 원래대로라면 내년에 불혹이 될 예정이었다. 작년부터 아쉬움 반, 새로운 다짐 반 지난 삼십 대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불혹’이 되면,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어른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까지 했다.

그러던 중 올해 6월 28일 소위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됐다. 덕분에 두 살이나 어려져 서른일곱이 되었다. 젊어지니 일단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네 살이 된 딸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법이 바뀌어서 두 살이 됐다고 말해주니, 아빠가 자길 놀린다며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어쨌든 공짜 삼십 대 인생이 생겼다. 이립부터 불혹까지의 인생이 늘어났으니, 유려해지지 않아도 될 나이가 덤으로 생긴 셈이다. 지난 삼십 대를 보내며 아쉬웠던 점을 보완할 ‘보정의 시간’이 생겼다. 작년 불혹을 준비하며 인생을 돌아본 것이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시야가 좁아졌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었다. 생각을 정립할 때 상황을 법 논리로 끌어와 단편적인 결론을 내려버리는 잘못된 습관이 생겼다. 매일같이 하는 일, 자주 만나는 사람이 하는 일, 내가 필요한 역할이 똑같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덤으로 생긴 남은 삼십 대에는 다양한 분야의 책도 많이 읽고, 새로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한동안 못했던 봉사 활동도 하려고 한다. 그 삶을 만끽하며 잠시 불혹에 대한 설렘은 뒤로 미룰 것이다.

독자분들도 각자의 이립, 불혹, 지천명, 이순, 종심을 지나고 계시거나 준비하고 계실 것이다. 보통 시간은 거꾸로 가지 않으니 오늘은 남은 인생 중 가장 젊은 날이다. 덤으로 생긴 가장 젊은 날을 알차게 보내시면서, 그 안에서 충만한 행복함을 만끽하시길 마음속 깊이 응원한다.

/도진수 변호사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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