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변호사 /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김주영 변호사 /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국 법원의 민사 1심 장기 미제 사건이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전국 법원에서 심리 중인 민사 본안 1심 장기 미제 사건의 경우 2013년 2218건에서 2022년 7746건으로 무려 3.5배나 늘었다.

2013년에는 장기미제사건의 기준이 ‘접수일로부터 2년 초과’였는데 2022년에는 ‘접수일로부터 2년 6개월 초과’로 기준이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장기미제사건의 증가폭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증가추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4855건이었던 것이 2021년 6300건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7746건으로 늘었는데 올해는 7월 31일 기준으로 9102건이라고 하니 올 연말 기준 장기미제건수는 1만 건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된다.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의 경우에도 2013년 812건에서 2022년 2402건으로 증가하였고, 올해는 7월 31일을 기준으로 2656건을 기록해 역시 장기미제사건의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 평균적인 사건 처리기간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전국 법원의 1심 민사 합의부 본안 사건의 경우 사건 접수 후 선고까지 2013년에는 9.38개월이 걸렸는데 2023년 7월에는 18.95개월(약 1년 7개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 약 10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이 2016년부터 시행해 온 ‘장기미제사건관리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재판장 또는 사법보좌관은 사건카드 작성을 통하여 사건진행관리를 검증하고 향후 적절한 사건처리계획을 수립하여 장기미제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법원장은 매년 3월 말 및 9월 말까지 법원행정처장에게 법원별 장기미제사건 통계표를 취합하여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의 장기미제사건 급증추세는 이러한 예규에도 불구하고 장기미제사건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장기미제사건의 증가는 변호사와 당사자들에게 큰 고통을 가져다 준다. 민사소송이 장기화하면 변호사는 사건 수행에 따른 시간과 노력이 증가하므로 비용이 증가하고, 사건 종결에 따른 보수를 받지 못해서 현금흐름이 나빠진다. 당사자도 긴 세월 송사에 시달려야 하는 고통을 겪는다. 변호사는 부득이 시간당 청구로 보수수령방식을 바꾸거나 소송기간 장기화 또는 변론 횟수의 증가에 따라 추가보수를 청구할 수 밖에 없으므로 당사자의 경제적 부담도 늘어난다. 장기미제사건의 경우 소송 중간에 재판부가 변경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이 제대로 파악되지 못해 사건의 적정한 해결에도 지장이 발생한다.

법원은 장기미제사건을 줄이기 위해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사법행정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장기미제사건의 감축을 설정하고 판사들을 독려해야 한다. 변호사들도 바뀌어야 한다, 재판지연의 원인 중 상당 부분을 변호사들이 제공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주장이나 증거를 일부러 늦게 제출하고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서 기일연기신청을 남발하는 등 반칙이 성행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이나 항변을 남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적시제출주의를 엄격히 적용해야 하는데 재판부도 이런 행동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으니 꼼수와 반칙이 난무하는 것이 현실이다, 변호사 윤리규약 제36조는 ‘변호사는 재판절차에서 의도적으로 허위 사실에 관한 주장을 하거나 허위증거를 제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37조는 ‘변호사는 소송과 관련된 기일, 기한 등을 준수하고, 부당한 소송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법은 검찰에 대해서만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신청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데 재판진행과 관련한 변호사의 윤리위반에 대해서 재판부도 변호사협회에 징계개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재판제도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 일정 금액 이하 분쟁의 경우 조정기관의 조정에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등 대안적 분쟁해결제도(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의 활성화를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민사본안재판의 경우 소장이 제출된 후 변론기일이 지정될 때까지 당사자들이 의무적으로 증거를 교환하도록 하고 예비증인들을 신문할 수 있도록 하는 증거개시제도도 도입되어야 한다.

한법 제27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사소송법 제199조는 1심의 경우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5개월 이내에, 항소심과 상고심은 기록을 받은 날로부터 5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과 민사소송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충격적인 사건 적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김주영 변호사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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