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조희대 전 대법관을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하였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퇴임한 지 45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가 낙마한지 33일만의 일이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조 후보자는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이끌어나감으로써 사법신뢰를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지명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재야 법조계를 대표하는 대한변호사협회는 같은 달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대 전 대법관과 이종석 헌법재판관 등 5명의 후보자를 공개 추천하였다. 추천 후보 선정은 전국 지방변호사회와 사법평가위원회의 천거 및 검증 절차를 거쳐 엄밀하게 진행하되,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변협의 대법원장 후보자 공개추천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사법의 위기 속에서, 재판 지연 및 사법행정 마비로 국민 권익에 누수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재야 법조계의 단호한 움직임은 더 이상의 사법 파행을 용납할 수 없다는 범 사회적 요청을 전국 3만 변호사의 의지로 결집시켜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올해 출범한 대한변협 제52대 집행부는 대통령의 대법원장 지명 권한과 국회의 임명동의 권한 등을 존중하기 위하여, 대법원장 퇴임 무렵 후임자를 추천하던 역대 집행부의 관행을 깨고 김명수 대법원장 후임 후보를 추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가 부결되는 등 대법원장 공석사태가 끝내 현실화되자, 부득이하게 시대적 사명을 감수하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윤 대통령이 이러한 재야 법조계의 결단과 판단을 경청하고, 조 전 대법관을 새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구지법원장 등을 지내며 한평생 법관 외길을 걸어온 조 후보자는 2014년 열린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재석 의원 234명 중 230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임명동의를 받았다.  나아가 법조계 안팎에서 ‘청렴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일관되게 받고 있으며, 사법부 독립 수호를 향한 굳건한 의지는 물론, 풍부한 경륜과 학식까지 아울러 갖추고 있다.

조 후보자는 과거 대법관 인사청문 과정에서 “퇴임 후 영리목적으로 활동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밝혔는데, 실제로 2020년 대법관 퇴임 후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겨 후학 양성에 전념함으로써 자신이 한 말을 지킨 바 있다.

현재 법조계는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양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상황이다. 국회가 국민적 요청과 법조계 안팎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귀담아듣고, 신속하게 대법원장 임명동의 절차를 진행하여 회기 중 마무리해 줄 것을 촉구한다. 이를 통해 사법 공백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더 이상 확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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