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변호사
김형준 변호사

1. 서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과 관련하여 영업비밀 침해의 요건 그 중에서도 ‘영업비밀의 관리성’ 요건과 관련하여 그 인정 요건을 완화하자는 논의는 끊임 없이 제기 되고 있고 실제 법률에서도 그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과연 해당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정말로 문제의 해결책이 될 것인지 의문이 있다.

2. 형사 사건의 현실

그러나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형사 사건은 가혹하다 못해 약탈적이다. 우선 관련 형사 사건에서 수많은 영장이 발부 된다, 이와 관련하여 수사가 시작되면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피의자 소환이 반복된다, 해당 사건이 복잡하기 때문에 그 기간이 장기화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사안에 따라 출국금지 처분이 있을때도 있고 수사가 진행중이면 지속적으로 해당 처분이 연기된다. 더욱이 법원의 판단도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기술적인 문제도 문제이지만 해당 요건의 판단을 위해 재판에서도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영업비밀 침해 사건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기술적인 판단이 중요하다고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영업비밀의 관리성과 비공지성 요건의 입증과 반박에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된다.그만큼 사건은 복잡다단하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수사 또는 재판의 당사자가 되고 있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 대하여 언론은 관심이 없다. 인정 요건을 완화하자는 주장의 일면에는 기업의 자산 보호가 중심이다. 그러나 변호사들이 정말로 마주치게 되는 당사자는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일 경우가 많다.

3. 높은무죄율

영업비밀 침해의 요건을 완화하자는 주장에는 해당 사건의 무죄율이 높다는 것을 든다. 기사에 따라 다르나 대략 20~30%까지도 무죄 선고가 있다는 통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위와 같은 무죄율을 보완하는 업무상 배임죄라는 전가의 보도가 있다. 즉 부정경쟁방지법이 아니더라도 업무상 배임으로 처벌되는 경우가 더 많이 있다.

4. 과도한 고소의 문제

실제로 최근의 고소 경향을 보면 부정경쟁방지법보다도 한단계 높은 형량을 정하고 있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 보호법’)으로 고소를 하고 해당 유출된 자료가 산업기술인지, 영업비밀인지, 업무상 배임의 대상인지에 대한 판단 또한 하여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판단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 형사 절차에 있는 피의자나 피고인의 불안한 지위에 대하여는 별반 관심이 없는 것 같다.

5. 영업비밀 보호기간보다 더 장기화 되는 사건

법원은 사안에 따라 영업비밀 보호기간을 1년에서 5년 정도로 인정하고 있다. 즉 특허권 등과 같이 등록된 권리가 아닌 영업비밀에 대하여 장기간 그 권리를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업비밀 사건은 대개 수년이 지나 1심이 선고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6. 지연된 정의의 문제

만약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면 수사부터 무죄까지의 오랜 시간에 대한 보상은 거의 전무하다. 전술한 바와 같이 매우 높은 무죄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고소와 기소를 하고 1심에서 무죄가 나오면 또 항소를 하여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지연된 정의 속에서 가장 피해를 받는 것은 무죄를 받은 당사자 일 수 밖에 없다.

7. 결여

무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영업비밀과 관련한 수사와 기소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욱이 영업비밀의 관리는 기업 스스로가 하여야 한다.

해당 자료가 영업비밀인지 알지도 못하는 당사자에게 고소를 하고 오랜 시간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아 무죄가 많다는 것이 영업비밀 요건 완화의 이유가 되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김형준 변호사
법무법인 매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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