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백 변호사
박종백 변호사

비트코인등 가상자산의 가격이 급등한 2017년 제도화 필요성이 제기된 지 6년동안 입법의 성과는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사업자신고제 도입, 2025년 시행예정인 개인의 가상자산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 부과, 2024년 7월 시행예정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다. 그 사이에 빠르고 정확한 거래 기록방식을 내세우는 새 메인넷들이 나오고, 대체불가토큰(NFT), 스테이블 코인, 탈중앙화금융(DeFi), 게임하면서 토큰 벌기(Play to Earn), 기존증권의 토큰화, 지적재산권등의 토큰화가 진행되어 왔다. 물론 사기와 자금세탁방지사건들 특히 테라의 붕괴와 온갖 불법으로 점철된 FTX와 그 계열사들의 파산도 겪었다.

한국의 제도화노력에 대한 중간평가를 해보면, 자금세탁방지체계의 엄격한 운영과 사고로부터 이용자를 최대한 보호하는 성과는 있으나 토큰 서비스와 산업을 키우려는 자본과 기업, 토큰경제의 이점을 취하려는 이용자에게는 여전히 제도가 불명확하고 부족하다. 무엇이 바람직한지 되짚어볼 때다.

그 이전에 없던 새 형태의 자산이라는 점에서 1600년 동인도 회사의 주식과 2009년도 비트코인은 닮았다. 주식은 주식회사의 주주의 지위, 권리를 표창하는 자산인데, 주식회사의 혁신성은 주주와 별개로 독립된 법인격체로 인정받아 법률행위를 할 수 있고, 주주들은 출자금 내에서만 유한책임을 지는 점이었다. 온라인에서만 존재하는(crypto-native) 토큰들은 현실세계의 다른 자산이나 사업과 연동되어 있지 않아도 그 자체로 작동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점이 혁신적이다. 물론 토큰은 현실의 귀금속, 부동산 같은 자산을 기초로 발행될 수 있고, 기존의 주식이나 회사채 같은 증권도 토큰으로 발행될 수 있는 점에서 효용이 확대될 수 있다. 모든 자산과 증권을 토큰으로 발행하는 것이 비용저렴, 신속성, 경제발전과 부의 확대를 가져 줄 수 있는지가 본질적 질문이다.

지금은 자본주의경제의 필수불가결한 도구로 당연시되는 회사도 1700년대에 영국에서 거품법(the Bubble Act)을 만들어 법으로 설립금지하고 각종 사기와 주주의 유한책임과 회사채권자와의 분쟁 등의 혼란의 싹을 자른 적이 있다. 1862년에 다시 영국의회가 회사법을 세계 최초로 제정하여 자본주의 제도적 기반을 다진 것을 보면, 새로운 경제현상이 사고를 일으킨다는 이유만으로 금지하는 것이 새 시대의 기회상실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현재도 토큰의 채굴과 거래소를 법으로 금지한 나라들이 있다.

USD 테더, USD 코인, 페이팔 USD등 스테이블 코인이나 크립토 고유한 코인을 지급수단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는 무척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고, 기존의 법정화폐나 선불지급수단을 이용하는 것에 비하여 더 빠르고 저렴하다는 점에서 여러 시도가 멈추지 않고 있다. 원화 CBDC의 모의실험이 곧 예상되고 CBDC플랫폼구축 사업에 대한 기술용역 발주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데 더해 한국에서도 지급수단으로서의 장점이 있는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이 정해지길 바란다. 페이코인은 지급수단토큰으로 수백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기도 했으나, 결제대행하는 과정에서 페이코인을 원화로 매매하기 위해 실명확인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요건을 부과받고 갖추지 못한다는 이유로 올해 초 사업을 접었다. 토큰을 지급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한, 토큰을 이용한 지급결제대행업을 등록하거나 인가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올해 3월 금융위원회가 기존의 증권을 토큰으로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높이 살 만하다. 토큰으로 발행된 증권을 현재의 전자증권의 한 종류로 편입하는 것인데, 앞으로 토큰형태의 증권이 더 다양하게 발행, 유통됨으로써 글로벌 자본시장의 새로운 성장동인이 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관점도 필요하다.

미국, 독일, 프랑스에서 증권형 토큰을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토큰발행을 허용해서는 안되는지 그렇다면 그 이유에 대해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가상자산이 투기, 사기의 대상이 될 때 관리, 감독, 처벌의 관점에서 규제하여야 하는 점에 모두 동의하지만, 다른 한편 토큰과 자산의 토큰화가 전세계의 선량한 이용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주는 본질적 효용이 무엇인지도 꿰뚫어 봐야 한다. 그들이 편리한 지급수단으로, 다양한 현실세계의 자산을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소유하고 거래하는 방식으로 이용하고, 토큰발행 및 유통 네트워크의 거버넌스에 참여할 뿐 아니라 새로운 부를 얻을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점도 고려하여 제도를 만들어야 제도화에 서로 협조하면서도 경쟁하는 각 국가들 사이에서 뒤쳐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FT승인가능성이 높아지고, EU는 내년에 암호자산전반에 관한 법을 시행하고, 일본은 올해 스테이블코인을 인정하는 법을 만든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박종백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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