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숙사, 사우나 등에서 빈대 발견… "불안감 증폭"

서울시 등 방역 강화… 행안부 중심으로 대책본부 마련

미국서는 빈대로 20억원 배상도… 빈대전문변호사까지

"객실 관리책임 있는 호텔, 빈대 피해시 손해배상 가능"

이미지: 질병관리청 제공
이미지: 질병관리청 제공

일명 '베드버그(bedbug)'로 불리는 빈대가 전국 각지에서 출몰하면서 때아닌 해충주의보가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빈대 정부합동대책본부'를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규모 빈대 확산이 지속될 경우 관련 소송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기숙사부터 사우나까지 전국서 빈대 속출… 정부, 대책본부 마련

지난달 대구 계명대 기숙사와 인천 서구 사우나부터 25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소까지 곳곳에서 빈대가 발견됐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으로 구매한 택배에서, 쇼핑몰 물류창고에서, 지하철 의자에서 빈대를 봤다는 목격담이 속출하고 있다.

빈대는 주로 침대 등에 서식하면서 사람을 흡혈한다. 흡혈 자국은 일렬이나 원형으로 생긴다. 평상시에는 어두운 곳에 숨어있어 육안으로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이 모 씨(44)는 "벌써 서울에만 절반 이상 빈대 방역 의뢰가 들어왔다는 보도를 봤다"며 "최근에는 택배에서도 빈대가 나왔다고 해서 너무 불안하다"고 했다.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 하는 김 모 씨(28)는 "빈대가 한 번 집에 들어오면 무한증식한다고 하니, 지하철에서도 의자가 천으로 덮여있으면 되도록 앉지 않는다"며 "빈대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 같아 무섭다"고 했다.

△ 천으로 덮인 지하철 의자
△ 천으로 덮인 지하철 의자

'빈대 퇴출'을 위한 방역 체계도 마련되고 있다. 서울시는 7일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시설에 대한 방역을 강화했다. 경기도와 대구시, 강원 춘천시 등도 빈대 방제와 확산 방지를 위해 합동점검반을 구성하는 등 활동에 돌입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지난달 26일부터, 에스알은 7일부터 KTX와 SRT 등에 방역청소를 해오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도 8일 전국 14개 공항에서 방역업체 세스코와 함께 빈대를 사전 차단할 수 있는 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을 위한 '빈대 정부합동대책본부'를 구성·운영하기로 했다. 대책본부는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가 총괄을 맡았으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환경부·국방부·교육부 등 10개 관계부처가 참여했다.

대책본부는 7일 빈대 확산 방지를 위한 현황판을 만들어 활용하기로 했다. 다만 특정 시설에 빈대가 출현했다는 사실을 공개할지 여부는 추후 검토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하실 수 있도록 빈대 특성과 방제 방법 등을 정확히 안내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빈대 방제와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 미국선 '빈대 전문' 변호사까지… 160만 달러 배상 사례도

해외에는 빈대로 인한 소송이 빈번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빈대 피해로 큰 보상금을 얻는 사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빈대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등장할 정도다.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힐튼 가든'에서 빈대에 물린 3인 가족은 호텔 측에 치료비 등을 지불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침대에 누운지 몇 시간 만에 빈대에 물렸다"며 방 변경을 요청했지만 호텔 측은 "예약이 찼다"며 방을 바꿔주지 않았다. 결국 샌버나디노 카운티 법원의 배심원단은 호텔 측이 54만 6000달러를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했다.

또 미국 메릴랜드 주에 있는 앤 어런델 카운티(Anne Arundel County) 배심원은 빈대가 가득한 아파트에서 8개월간 살았던 파이카 샤반(Faika Shaaban)에게 그가 살았던 집주인이 8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중 65만 달러는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알려졌다.

유명 호텔에서도 이런 사례는 발생한다. 2018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Anaheim)에 있는 디즈니랜드 리조트에서 빈대가 발생했다. 당시 아이비 엘드리지(Ivy Eldridge)는 2018년 4월 디즈니랜드 리조트에 머물다가 빈대에 수차례 물렸고, 리조트는 1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디즈니랜드는 2016년에도 ‘그랜드 캘리포니안 호텔 앤 스파’에서 나온 빈대로 인해 소송을 겪은 바 있다.

빈대에 물린 아이의 모습(출처: 'SoCal Family Awarded $1.6 Million in Bedbug Lawsuit', NBC Los Angeles, 2018. 4. 3.)
△ 빈대에 물린 아이의 모습(출처: 'SoCal Family Awarded $1.6 Million in Bedbug Lawsuit', NBC Los Angeles, 2018. 4. 3.)

NBC Los Angeles에 따르면, 미국에서 빈대 사건으로 한 가족이 가장 많은 배상금을 받은 사례는 릴리아나 마르티네즈(Liliana Martinez) 가족의 사례로 알려져 있다. 2018년 미국 알함브라(Alhambra) 민사 배심원단은 피해자 릴리아나 마르티네즈 가족에게 160만 달러(약 20억 9000만 원)를 지급하라고 했다. 사건 당시 아기였던 호르헤(Jorge) 주니어는 빈대에 물린 상처로 덮여 있었고, 매일 상처를 긁어 피를 흘리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은 아이 흉터 제거 등에 배상금을 사용하기로 했다.


● 국내도 '빈대 소송' 시작될까… "호텔서 빈대 물리면 책임 물을 수 있어"

우리나라는 빈대 관련 소송이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지속된다면 국내에서도 '빈대 소송'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에서는 호텔에서 빈대에 물리면 호텔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채의준(변호사시험 3회) 법무법인 태하 대표변호사는 "숙박을 전문으로 하고 객실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는 호텔은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질 수 있다"며 "빈대로 인한 치료비와 일실수익, 호텔 숙박료 등 금액에서 호텔 책임이 어느 정도 인정되느냐에 따라서 배상금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례가 없어 법리적으로 배상 가능성을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호텔 같은 경우는 일부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다만 고시원이나 기숙사 등은 숙박을 하더라도 방 안에 머무는 사람이 장기간 직접 관리를 하기 때문에 고시원 소유자 등의 책임이 인정되기 어렵거나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극히 일부로 제한될 것"이라고 했다.

2017년 10월 웨딩 촬영을 앞둔 A씨와 친언니가 전주시에 있는 한 호텔에서 빈대에 물려 전신 피부염을 앓았다. 프리랜서 방송인이기도 한 A씨는 호텔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당시 호텔은 "200만 원 이상 줄 수 없다"고 했다. 당시 법원에서는 A씨 자매에게 각 300만 원씩, 총 6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냈고, 호텔이 이를 수용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회사에 빈대가 출몰했는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집까지 그 피해가 이어졌다면, 회사에도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준현(변시 4회) 법무법인 라움 변호사는 "회사에 빈대가 출몰했고 직원들이 위험성을 회사에 제보했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빈대 확산이 빨라지고 심지어 직원의 집까지 피해가 확대됐다면 회사의 관리 책임 소홀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만약 회사가 빈대 출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피해가 확대됐다면 회사의 가해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빈대가 대중교통 등 다른 경로로 옮겨왔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빈대가 회사에서 발생한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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