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국가인권위, 7일 '대체복무제 3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

"현역의 2배를 대체복무기간으로 정하고 있는 나라 극히 드물어"

"대체역 신청자 지속 감소… 병역기피 악용우려 해소됐다고 봐야"

"전문자격사 등 고급 인재 많아... 능력 발휘할 수 있는 기회 제공"

△ 이광수 변호사가 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0층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대법원 판결 5년, 대체복무제 시행 3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 이광수 변호사가 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0층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대법원 판결 5년, 대체복무제 시행 3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36개월인 현 대체복무제 복무 기간을 줄이고, 복무 기관도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외 대체복무제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대체복무제는 징벌적 성향이 너무 강해 신청자가 계속 감소하는 등 대체복무제를 악용한 병역 기피 우려도 해소됐다는 취지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와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7일 서울시 중구에 있는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대법원 판결 5년, 대체복무제 시행 3년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공동 토론회를 열었다.

앞서 2018년 헌법재판소는 병역의 종류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 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2011헌바379등). 이어서 대법원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처벌 규정의 예외인 '정당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2016도10912). 이후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대체역법)'이 제정돼 2020년부터 대체복무제가 시행됐다.

이날 이광수(사법시험 27회) 대한변협 인권위원은 '한국 양심적 병역거부의 현주소'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복무 기간과 기관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복무 기간이 36개월로 너무 길어 '대체 복역'에 가깝다"며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을 때 지나치게 긴 대체복무제 도입은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냈고, 비교법적으로도 현역 복무 기간의 2배에 가까운 기간을 대체 복무 기간으로 정하고 있는 나라는 극히 드물거나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무 대상 기관도 교도소, 구치소로 한정하지 말고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과거 수형생활을 하며 했던 일들과 현재 대체역들의 복무 내용이 같다고 하는데, 이렇게 제도가 운영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훌륭한 사회 자원들을 대체 복무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교도소에서 합숙생활 시키고 있다"며 "그동안 사회에서 키운 여러 능력들을 발휘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또 "국가인권위에 대체 복무 기간 중 발생한 여러 인권 침해 사례가 접수됐다"며 "공정하고 차별 없이 대체복무제가 시행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외부 감시 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현역과의 형평성으로 인한 사회적 반발과 남북 대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기왕에 대체복무제를 도입했고, 3년 동안 제도가 운영되며 국방력이 약해졌다고 볼 단초가 없는 상황에서 대체복무제를 본래 취지대로 개선해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강인화 교수가 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0층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대법원 판결 5년, 대체복무제 시행 3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 강인화 교수가 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0층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대법원 판결 5년, 대체복무제 시행 3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강인화 서울대 국사학과 BK21 교육연구단 교수는 '현행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역 제도의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사회복무요원 제도와의 통합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그간 한국의 징병 제도는 산업복무요원, 사회복무요원 등의 이름으로 사실상 40년 이상 대체복무제를 운영해 왔다"며 "그러나 유독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만을 '대체 복무자'로 부르며 기존 현역과의 차이에 더해, 보충역과도 구별 짓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체역 제도는 현역 군복무자들의 열패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현역병의 열악한 처우와 지위, 인권 수준을 기준으로 삼아 복무 기간과 방식 등에 있어 징벌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보충역인 사회복무요원을 기준으로 복무 기간을 전면 단축하고,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복무할 수 있도록 합숙이 아닌 출퇴근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대체 복무자의 신분은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므로 현재 병무청 소속인 대체역심사위원회를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며 "민간인의 행정 책임을 왜 병무청과 국방부에서 지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이 나오지 않고 있는 현 상황 그 자체가 질문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 대체 복무 소집해제자 장경진 한의사가 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회 10층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대법원 판결 5년, 대체복무제 시행 3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대체 복무 소집해제자 장경진 한의사가 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회 10층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대법원 판결 5년, 대체복무제 시행 3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소집해제된 장경진 한의사는 지정토론에서 복무 경험담을 담담히 밝히며, 대체복무제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장 한의사는 대체복무로 교도소에서 3년간 △급식 보조 △행정 업무 △수형자 보관품 관리 △세탁 업무 △교도소 매점 물품 구매 업무 등을 수행했다. 샤워 시설이 부족해 늘 씻기 위해 줄을 서야 했고, 법적으로 딱 필요한 만큼의 운동 공간만 마련돼 있어 실제로 운동을 하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한다.

그는 "대체 복무 관련 국제 표준은 △순수한 민간적 성격 △비징벌적 성격 △공익적 성격 세 가지를 정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 대체복무제는 국제 표준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 표준이 제안하는 것처럼 현역병 대비 1.5배 기간인 27개월이 합리적인 복무 기간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 이동이 자유로운 출퇴근 복무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대체 복무자 중 의사, 변호사, 외국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잘하는 사람 등 다양한 자격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봉사하지 못하고 본래 교도소 내 수용자들이 했던 일을 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불합치 결정과 전원합의체 판결로 70년간 이어져온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의 굴레가 끊기고 대체복무제가 마련된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며 "어렵게 만들어진 대체복무제가 국제 표준에 맞게 개선되고 복무기관도 국민을 더욱 가까이서 섬길 수 있는 영역으로 확대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형혁규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구체적인 통계자료와 해외 사례를 제시했다.  

형 조사관은 "현재 국회에서 대체 복무 기간과 기관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제도의 효율적 운영 방법에 대한 논의만 지속되고 있다"며 "대체복무제가 징벌적 성격을 갖게 된 건 남북 분단 상황에서 대체 복무제를 악용한 병역 기피 우려가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평가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체 복무 신청 건수를 보면 제도 도입 첫해인 2020년에는 1962건이었으나, 2021년에는 574건으로 전년 대비 약 70% 이상 감소했고, 이후에도 감소가 예상된다"며 "3년의 결과만 놓고 제도의 정합성을 판단하기에 이른 감이 있지만, 징벌적 성격을 가지게 된 배경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상쇄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무 기관에 대해서는 "OECD 국가 중 13개 국가가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고, 그중 대체복무제를 운영 중인 9개 국가가 병원, 사회복지 시설, 환경시설 등을 대체 복무 기관으로 채택하고 있다"며 "폐쇄적이고 인권 침해 가능성도 높은 교정 시설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는 이유로 경비교도대도 2007년 폐지 결정이 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복무 기간과 기관에 대한 조정이 입법정책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군인권보호관 권한을 확대해 대체 복무 실태를 적극 조사하게 하는 등 대체 복무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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