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욱 변호사 
최광욱 변호사 

Ⅰ. 들어가며

세계한인법률가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Korean Lawyers, 이하 “IAKL”)는 23개국에 걸쳐 3,500명이 넘는 법률가 회원들이 모인 단체로,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한인 법률가들의 연결과 소통을 통해 지역사회는 물론 세계의 다양한 현안과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극복하는데 기여하는 단체이다. 한 해는 한국에서, 다른 한 해는 외국에서 진행되던 IAKL 연차총회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에는 서울에서 개최하는 형식이었지만, 다중이 모이는 행사가 금지되던 때라 온라인으로 연차총회가 이루어졌었다. 당시 연차총회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지만, 모니터를 통해서만 세션에 참가하고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다. 그런데 올해는 오프라인으로 총회가 진행된다고 하여 실제로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법률가분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기대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대한변호사협회의 지원으로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2023 IAKL 연차총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Ⅱ. IAKL 연차총회 참석

가. 1일차 - Welcome Reception

첫 날에는 Standing Party의 형태로 와인과 칵테일, 핑거푸드가 제공되는 Welcome Reception이 열렸다.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형태의 파티라 어색한 채로 두리번 거리고 있었는데, 외국에서 오신 분들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기는 매한가지였는지, 오히려 편하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풀어나가기가 쉬웠던 것 같다. 미국에서 오신 검사님, 판사님, 독일, 미국, 캐나다, 브라질에서 오신 변호사님들과 이야기하면서, 평소에 잘 접할 기회가 없던 분야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다른 나라의 법 제도에 대해서 들어보면서 우리나라의 법 제도도 소개하여 비교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들 너무 친하게 이야기하고 있길래 선뜻 끼어들지 못하고 있다가 말을 걸어보면, 이야기하고 있던 그 분들도 겨우 5분 전에 만난 인연이라고 하면서 웃었는데, ‘한국’과 ‘법률가’라는 공통점이 정말 서로를 금방 친해지고 가까워지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한 가지 신기하고 반가웠던 건, 올해 7월 즈음에 다른 행사에서 처음 만났던 독일 변호사님께 IAKL 연차총회에 대하여 소개드리고, 관련 이메일을 전달드렸었는데, 그 변호사님께서 독일에 돌아가셔서 이메일을 살펴보시고 좋은 행사라고 생각하셔서 이번 IAKL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서울에 오셨고, Welcome Reception에서 서로 반갑게 다시 인사를 나눴던 일이 있었다. 이처럼 Welcome Reception에서 잠깐 만났던 인연도, 언젠가는 또 다른 곳에서 너무도 반가운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인연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 사진: 최광욱 변호사 제공
△ 사진: 최광욱 변호사 제공

나. 2일차 - Opening Ceremony / Session / Safari Dinner / Young Lawyers Night

둘째 날에는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에서 행사의 시작을 알리고, 여러 귀빈들의 축사가 이어진 Opening Ceremony에 참석하였다. 그 다음으로는 참석자 각자의 관심에 따라 미리 준비된 세션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보통 세 가지 주제에 대한 세션이 동시에 진행되고, 본인이 관심있는 주제를 골라 들어갈 수 있었는데, 한 세션을 선택하더라도 다른 세션 역시 너무 매력적이어서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하고, 모두 들어볼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필자는 현재 업무를 하고 있는 은행과 금융투자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내용을 찾아서 들을지, 아니면 평소에는 잘 다루지 않는 법과 관련된 내용을 들을지 고민하다가 Corporate / M&A - ‘Market trends in cross-border M&A taking into account FDI regulations’라는 세션과, Compliance - ‘Compliance issues regarding data privacy’라는 세션에 참여하였다.

Corporate / M&A 세션에서는 M&A나 외국인 투자가 이제 더 이상 자유롭지만은 않고, 각 국가가 처한 경제 상황이나 국가 안보, 산업 기밀 등의 유출 방지 등을 위하여 어떻게 제한을 두고 있는지에 대하여 각 나라들 (한국, 미국, 브라질)의 사례들을 이야기해보고, 특히 COVID-19에 따라 생기게 된 제한이나 A.I.의 발전에 따라 M&A 및 외국인투자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하여 패널들이 논의해보는 시간이라 흥미로웠다. 지금의 회사로 오기 전에 담당하였던 업무와도 관련이 있어 조금이나마 배경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실제적인 사례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쉽고 흥미있게 다가왔다.

이와 같은 경향이 비단 Corporate / M&A에만 관련된 것은 아닌 것인지 Compliance 세션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 Data privacy에 관한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유럽의 GDPR과 관련된 논의 외에도 대한민국의 산업기술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하여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률가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외국인투자자들이나 기업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하여 논의가 이루어졌다. 서로 다른 주제의 세션이지만, 전 세계적인 트렌드를 보게 된 것 같기도 하고, 평소 업무에서는 다루지 않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업무에만 매몰되어 있던 상황에서 벗어나 법에 대한 지평이 조금은 넓어진 것 같이 느껴졌다.

둘째 날 저녁에는 북촌의 네 군데 정도의 식당을 돌아다니면서 저녁을 먹고 한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Safari Dinner’라는 방식으로 저녁식사가 진행되었다. 우연히 어복쟁반을 먹으러 간 첫 번째 식당의 같은 테이블에는 노르웨이 변호사와 미국 변호사 두 분이 함께 앉게 되었는데, 왠지 이 분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소개해주어야 할 것 같다는 사명감이 생겨 음식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주면서 음식도 나누어주게 되었다. 2차로는 식당을 옮겨 고기를 구워먹으러 갔는데, 불판이 낯선 분들에게 고기를 구워주고, 한국의 차수 문화와 술 문화도 설명해주었다. 고급스럽고 깔끔한 어복쟁반보다는 시끄럽고 좁더라도 서로 친밀하게 이야기하면서 음식을 나누어먹을 수 있었던 김치와 삼겹살에 반응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조금 늦게 온 독일 변호사와 영국 변호사도 자리에 합류하였는데, 어느 순간 주위를 둘러보니 둘러보니 정말 이제는 IAKL이 한인법률가뿐만 아니라 한국과 관련이 있고 한국과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단체가 된 것 같았다. 이어진 Young Lawyers Night에서도 어제 만난 변호사님들을 비롯해서 여러 변호사님들과 이야기하면서 더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다. 3일차 - Corporate Counsel / In-House Session 패널 참여와 Gala Dinner

운이 좋게도 이번 행사의 Corporate Counsel / In-House Session에 존경하는 변호사님들 (Netflix Korea 정교화 변호사님, 김·장 법률사무소 David Waters 변호사님, Ocean Winds Korea 서인창 변호사님, Dentons Lee 박지원 변호사님, Binance 한예원 변호사님)과 함께 ‘Which grass is greener? In-house v. Law Firm’이라는 주제의 패널로 참여하게 되었다. 주제는 마치 사내변호사와 로펌의 대결구도처럼 보이지만, 로펌 변호사와 사내변호사를 모두 경험해 본 변호사님들께서 각자 본인이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편견에 가까운 생각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 커리어의 변화를 고민하고 계신 변호사님들께 도움을 드리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마련하게 된 세션이다.

영어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이런 경험도 많이 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 기꺼이 참여를 결정하게 되었다. 발표의 내용을 준비하면서 그 동안의 법조인으로서의 제 스스로의 경험을 되돌아보고 나름대로 정리해보는 시간이라 좋았던 것 같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어떤 연차의 변호사든 멘토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배 변호사님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고, 다행히도 함께 참여해주신 선배 변호사님들로부터 도움이 되는 말씀을 듣는 시간이기도 했다.

주로 준비했던 부분은 어떤 경우에 사내변호사들이 로펌을 쓰는 것을 고려하는지, 사내변호사들이 전문성을 위하여 로펌을 더 많이 써야 하는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는데, 준비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전문성’이라는 것이 법률적인 지식과 논리도 전문성을 구성하는 일부의 요소이기는 하지만, 실무적인 지식이나 감각, 사실관계의 포섭과 같은 부분도 전문성을 구성하는 요소이다보니, 반드시 로펌 변호사나 사내변호사 둘 중 누가 더 전문성이 있다고 하기보다는, 사내변호사와 로펌 변호사가 각자가 잘 하는 부분을 가지고 협력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중간중간 세션에 참가해 주신 다른 법률가들도 한 마디씩 더해 주시면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준비한 내용을 아주 충실히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열띤 참여 덕분에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세션이 마무리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함께 패널로 참여하신 변호사님들과 세션을 들으러 와주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법률가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세션이 끝나고, 멘토가 부족하다는 요청을 받고, 조금이나마 저보다 경력이 적은 변호사님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사내변호사와 관련된 멘토링 세션에 참여하였다. 내가 과연 멘토로서 조언을 드릴 수 있는 위치에 있나 싶기도 하면서도 제가 말씀드리는 작은 조언이 어떻게든 다른 변호사님들께는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최대한 드릴 수 있는 말씀을 드린 다음, IAKL 연차총회의 마지막 공식 일정인 Gala Dinner에 참석하였다. 같은 테이블에는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님, 미국에서 오신 변호사님들과 노르웨이 변호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국적과 분야의 변호사님들이 계셨고, 함께 식사하며 이번 IAKL 총회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평소의 업무에 대한 이야기나 다음 총회에 대한 기대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법률가’라는 공통점이 처음 만난 사람과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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