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변호사
이정현 변호사

1. 들어가며

저는 한국변호사이자 미국변호사로서 해외 법률 시장에 대한 관심이 항상 많은 편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줄곧 일을 하다 보니, 실제로 외국에서 일하고 계신 변호사님들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묻고 싶은 갈망이 늘 있었습니다. 그러다 제30차 세계한인법률가회(IAKL) 총회 및 학술대회가 서울에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전세계의 한인 변호사님들을 한자리에서 만나 뵙고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총회를 통해 분명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고 신청을 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대한변호사협회의 지원을 받아 IAKL 총회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2. IAKL 총회 참석기

2023년 제30차 세계한인법률가회(IAKL) 총회 및 학술대회는 9월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각지에서 4일 간 리셉션 행사, 발표 세션, 멘토링, 네트워킹 세션, 문화체험 등 다양한 테마와 목적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니즈를 세심하게 배려하여 구성된 총회 프로그램은 내용적으로 알찼을 뿐만 아니라 경험적으로도 큰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1) 개막식과 리셉션 행사, 재즈나이트

제30차 IAKL 총회의 첫날은 리셉션 행사로 성대하게 시작되었습니다. 리셉션 행사에 첫 참석을 하면서 로비에서 참석자 등록을 할 때만 해도 처음 뵙는 분들과 대화가 어색하지 않을까 다소 염려가 되었지만, 행사장을 가득 채운 수많은 변호사님들과 회장님을 비롯한 여러 연사분들의 환영사와 인사말, 그리고 준비된 다과를 즐기다 보니 금방 긴장이 풀렸고, 어느새 행사장의 열정적인 분위기에 빠져들었습니다.

변호사님들의 열린 마음 덕분인지 리셉션 행사 내내 편안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한인 법률가”라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몇 마디 대화만으로도 금방 라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신기했습니다.

리셉션 행사가 끝난 후에는 총회 개최를 축하하는 JAZZ NIGHT 행사가 강남의 재즈 바에서 화려하게 열렸습니다. 재즈 바는 수많은 변호사님들이 내부를 가득 채워 밤이 늦도록 뜨거운 열기로 쉼 없는 대화와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늦은 밤, 좋은 에너지를 가득 담고 행사장을 떠나면서, 총회 기간 동안 변호사님들을 계속 뵐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감이 더 커지는 첫날밤이었습니다.

△ 사진: 이정현 변호사 제공
△ 사진: 이정현 변호사 제공

2) 발표 세션 및 네트워킹 세션

둘째 날부터는 본격적으로 IAKL 학술발표 세션이 진행되었습니다. 이틀에 걸쳐 총 여섯 번의 발표 세션이 열렸는데, 각각의 세션마다 3~4개의 선택 발표가 이루어져 참가자들은 관심 있는 분야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학술발표 주제는 기업법, 가상화폐, 회생/파산제도, 국제분쟁조정, 가족법, 에너지, 지식재산법, 노동법, ESG, 여성 등 다양한 분야와 일본, 중국, 싱가포르, 유럽 등 다양한 지역을 아우르는 주제들로 구성되어 어느 나라, 어느 분야에서 일하는 한인 변호사라 하더라도 본인의 전문성과 관심사를 기반으로 깊이 있고 유익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IAKL 취지에 맞는 학술대회라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발표 세션 사이에는 점심이나 저녁 시간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네트워킹 세션이 준비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서울에서 방문할만한 주요 지역의 식당들 몇 군데를 지정해 놓고, 원하는 대로 참석하여 소규모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구성한 네트워킹 세션이 매우 신선했는데, 특정 장소에서 문화적 체험과 함께 의미 있는 소규모 만남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그 밖에도 여성변호사, 청년변호사 모임, 관심분야에 기반한 소규모 모임 등 개별 참석자들이 보다 깊이 있는 연대와 연결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구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IAKL의 철학과 사명, 그리고 총회를 준비해주신 분들의 정성을 보여주는듯 하였습니다.

△ 사진: 이정현 변호사 제공
△ 사진: 이정현 변호사 제공

3) 멘토링 및 갈라 디너

모든 발표 세션이 마무리되고 성균관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프로그램까지 끝난 후, 총회의 마지막 순서이자 이번 총회의 최대 네트워킹 행사인 갈라 디너가 남산 반얀트리 호텔에서 열렸습니다. 아름답게 꾸며진 행사장은 600여 명의 하객들로 가득 차 맛있는 요리와 축하공연, 즐거운 대화로 가득 찼고, 많은 연사분들도 참석하셔서 인사말과 기조 강연 등을 통해 이번 총회의 감동과 소회를 함께 나눠 주셨습니다.

갈라 디너를 마친 후, 동대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네트워킹 시간이 이어졌는데 아름다운 동대문 야경을 배경으로 계속해서 열띤 만남과 대화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동대문과 한국 직물공장의 역사, 그리고 이 지역에 새로 개발된 건축물(DDP)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삼 한인 법률가라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서로가 연결되고 연대할 수 있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이후, 자정이 넘어 행사가 끝난 후에도, 많은 분들이 자리를 이어 나가며 함께 시간을 보냈고 내년도 IAKL 총회에서 꼭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헤어졌습니다.

한인법률가로서 연대와 연결의 경험

“한인 법률가”라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한 강한 연대

IAKL 총회를 접하기 전까지는 스스로 “변호사”라는 정체성은 있었지만, 세계 무대를 배경으로 한 “한인 법률가”라는 정체성은 아직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프랑스, 홍콩 각국에서 일하고 계신 수많은 변호사님들과 만나, “한인 변호사”라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경험을 통해서 비로소 세계 속의 “한인 변호사”로서의 정체성과 연대감이 형성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주관적인 준거집단이 국내 기반에서 세계 기반으로 달라졌을 뿐임에도, 글로벌 무대에서 나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준거집단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야가 확장되는 느낌과 세계 무대에서의 내적인 자신감이 생긴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총회를 통해 얻은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세계” 속 새로운 인연과 기회의 토대

나아가, IAKL 총회에서 같은 비전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변호사님들을 우연히 찾게 되기도 하고, 평소에 늘 만나고 싶었던 특정 나라, 특정 분야의 변호사님들을 실제로 뵙고 대화하게 되기도 하였는데, 이는 IAKL 총회가 아니었다면 다른 곳에서는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개인적인 고민을 해소하기도 하고 비전을 구체화할 수도 있었는데, 그 밖에도 앞으로 계속 대화하고 교류하고 싶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일부 변호사님께는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IAKL에서의 인연과 만남은 “세계한인변호사”라는 단순한 연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상호간의 협업이나 적극적인 지원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지리적, 문화적, 언어적인 장벽이 있는 글로벌 토대 위에서 그와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모든 한인변호사들을 위한 가치 있고 중요한 인연과 기회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맺으며 - 2024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릴 제31회 IAKL 연차총회를 기다리며

IAKL 총회는 격년으로 한국과 외국을 번갈아 가며 열리는데, 올해 제30차 총회가 서울에서 열렸기에 내년도 제31차 총회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캐나다 토론토 지역은 지리적으로 미국 동부와 가깝고, 미주나 유럽권의 변호사님들이 참석하기 수월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 법률 시장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매우 좋은 만남과 소통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31차 토론토 총회에 더 많은 변호사님들이 참석하셔서 함께 교류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 저 역시 서울 IAKL 총회에서 맺은 소중한 인연을 이어 나가고 세계의 멋진 한인 변호사님들을 만나기 위해 내년도 총회에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다시 한번, 이번 IAKL 총회 참석을 지원해주신 대한변호사협회에 감사인사를 드리며, 세계 한인 법률가들의 더 큰 연대와 발전을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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