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우 변호사

필자와 세계한인법률가회(International Associ ation of Korean Lawyers, 이하 ‘IAKL’)의 인연은 필자가 로스쿨 2학년이던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필자는 연세대학교에서 개최되는 23차 IAKL 총회에 진행보조 자원봉사자로 참석하게 되었는데(IAKL은 매년 많은 로스쿨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당시 말 그대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수많은 한인 변호사님들을 뵙고 깊은 인상을 받아 ‘나도 변호사가 되어 다시 변호사님들을 만날 기회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어느덧 필자가 변호사가 된지 5년여가 지난 올해가 되서야 IAKL 총회에 참석하게 되어 그 후기와 개인적인 소회를 공유드리고자 한다.

1. 행사 개요

은 해외동포들의 권익신장과 한국계 기업의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전 세계에 진출해 있는 한인 변호사들을 회원으로 하여 1988년 창립되었으며, 매년 국내외를 번갈아 가며 총회 및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내가 참석한 30차 연차총회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총회로, 2023년 9월 14일부터 17일까지 4일간 성균관대학교에서 “Defying Gravity and Soaring Together(중력을 거슬러 함께 비상하기)”라는 주제하에 개최되었다.
 

총회는 크게 자유토론 또는 발표로 진행되는 세션과 교류의 장인 소셜 이벤트로 구성된다. 올해에는 15일~16일 이틀동안 오전에 한 개, 오후의 두 개로 총 6개의 세션이 진행되었고 소셜 이벤트로는 루프탑 피크닉 런치, 사파리 디너(북촌의 4개 식당 중 자유롭게 희망하는 식당에 방문하여 식사), Young Lawyers Night, Interest Group Lunch, 멘토링, 갈라디너 등이 있었다.

2. Which grass is greener?

“Which grass is greener?(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 내가 참석했던 세션 중 가장 흥미롭고 유익하다고 생각했던 기업법 세션의 주제이다. 본 세션은 로펌 변호사생활과 사내변호사 생활을 모두 경험하신 변호사님들을 패널로 모시고, 각 패널들이 사내변호사에서 로펌으로의 이직 또는 그 반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요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사내변호사로 커리어를 시작하였다가 여러 고민 끝에 로펌으로 이직하였고, 아직까지해당 고민에 대한 답을 명확히 내리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패널 변호사님들의 통찰력있고 솔직한 의견에 깊이 공감되기도 하고, 작은 깨우침을 얻기도 하였다. 특히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그 둘 중 어느 하나가 되기 위해 로펌에서 일해야 하는지 혹은 사내변호사로 일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는데, 한 패널께서 “제너럴리스트로서의 커리어와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커리어가 교차될 수밖에 없고, 우리는 둘 다 되어야 한다. Highly specialized generalist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그 말씀을 듣고나니 현재 둘 중 어느 한 쪽에 있다고 해서 불안해하거나 의심을 갖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많이 해소될 수 있었다.

3. 우리는 한국인 변호사

세션도 정말 의미있지만 개인적으로 연차총회의 백미는 소셜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세션은 빠지더라도 소셜 이벤트는 빠지지 말자라는 다소 불손한 각오로 총회에 참석했기 때문에 체력이 닿는데까지 모든 이벤트에 참여하여 가능한 많은 변호사님들과 교류하고자 하였다. 처음에는 이러한 미국식 소셜이벤트 참여 경험이 많지 않아 다소 어색하기도 하였으나, 곧 많은 변호사님들과 ‘한국인’ 그리고 ‘변호사’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마치 오래 사귀었던 친구를 만난듯이 편안함을 느꼈고 나아가 깊은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었다.

반얀트리 호텔에서 디너를 즐기며 화려하게 개최된 갈라디너나, 북촌의 핫한 까페를 빌려 활기차게 진행된 young lawyers night 모두 즐거웠지만, 행사가 끝난 지금 가장 마음에 남는 소셜이벤트는 각자 도시락을 들고 관심주제에 따라 모인 후 도시락을 까먹으며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었던 Interest Group Lunch이다. 필자는 모든 Interest Group Lunch의 주제에 관심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스스로 관심을 더 가져보자고 생각해왔던 Pro-Bono group lunch에 참석하였다. 참석자들께서 나눠주신 프로보노 활동 경험과 관련된 고민들을 들으면서, 역시 프로보노 활동을 하시는 변호사님들이셔서인지 (혹은 프로보노 활동이 변호사님들을 그렇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참석하신 모든 변호사님들의 선하고 따뜻한 마음이 피부로 와 닿아 나도 이분들처럼 기꺼이 나눌줄 아는 좋은 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4. See you in Toronto!

IAKL은 세계 각지의 한인 변호사들이 국적, 업무경력, 업무분야 등을 모두 떠나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로서는 비록 1년에 한 번, 혹은 몇 년에 한 번 뵙는 변호사님들이 대부분이지만 만나지 않는 시간에 다른 변호사님들이 이루어낸 크고 작은 성취를 보면서 다음번에 만났을 때 나도 다른 변호사님들에게 들려드릴 수 있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설사 내가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더라도 판단하지 않고 응원해줄 동료를 전세계에 갖게 된 것 같아 든든하다.

그러니까 여러분, See you in Toronto!(다음 연차 총회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된다)

끝으로 이번 총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대한변호사협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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