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7일 종합감사를 끝으로 제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올해 국감도 별다른 소득 없이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국민과 여론은 국회가 민심을 대변해 791곳의 피감 기관을 상대로 날카로운 감시와 비판 공세를 펼칠 것을 기대했지만, 의원들은 이런 국민 눈높이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둔 데다, 국감 직전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시선을 빼앗겨, 의정 활동의 집중력이 상당 부분 흐트러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의원들이 핵심 보좌진을 지역구에 대거 내려보내고, 자신도 표심을 달래느라 국감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싸늘한 평가다. 설상가상으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국감 실적을 공천심사 평가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빈손 국감’ 분위기에 일조하였다.

실시간 생중계된 국감 영상을 보면, 현안 질의가 쏟아져야 할 의원석 곳곳이 빈 자리로 남아있고, 국감 도중에 자리를 이탈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여러 번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깊은 실망을 넘어 이제는 국감 무용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국정감사는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을 들여다보고 견제하는 제도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엄정하게 감시하고 실정이 발견되면 즉각 시정조치와 개선을 촉구하기도 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나태하고 게을러지기 쉽다. 국회의 무관심은 행정부의 도덕적 해이를 촉발하고, 전반적인 부정부실 확산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내실 있는 국정감사는 국회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핵심 책무 중 하나다. 이처럼 가장 중요한 의무는 방기한 채 총선 눈도장을 찍겠다며 지역구 행사를 돌아다니는 의원이 엄중한 민의를 제대로 수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번 국감에서 눈살을 더 찌푸리게 했던 점은 정책 국감의 완전한 실종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감만 살펴보아도, 여야는 정쟁(政爭)에 몰두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법원과 법무부, 검찰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사위 국감에서는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과 재판부 배당 등을 둘러싼 책임 공방만 난무하였다.

피감 기관 관계자를 모아놓고 여야가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재확인하거나, 정당성을 선전하는 어처구니없는 촌극이 펼쳐진 셈이다. 사법·법무 행정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질문 대신, 당리당략(黨利黨略)에 얽매인 이해관계에 따라 독립성이 엄격하게 보장되어야 하는 법조 기관을 품위 없이 압박하는 모습만 연출하였다. 나아가 합리적인 의사소통과 대화를 통해 사회 갈등을 해결하고 매조지어야 할 국회가 제 기능을 못 하고 매번 사법부에 공을 떠넘기던 구태를 국감에서 재연하기도 했다.

결국 일제 강제징용 판결금과 관련해 법원이 제3자 변제공탁을 수리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놓고 쟁론이 이어지자, 윤준 서울고법원장은 “이런 민감한 사안들은 정치권에서 현명하게 해결하고 입법적 해결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일침을 가했다.

국감은 여야 의원들이 서로 정치 다툼을 벌이는 결전의 장소가 아니다. 이번 국감처럼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결국에는 국민 신뢰를 잃고 만다. 신망을 잃으면 국회 위상과 권위는 한층 더 낮아질 것이고, 이는 정치 수준을 낙후시켜 민주주의와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본연의 업무에 매진하여,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