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3다223591(본소), 2023다223607(반소) 판결 -

배상현 변호사
배상현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甲은 1974년 12일 31일 乙의 명의로 A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甲은 A 토지 및 인근 2필지 지상에 A 건물을 신축하였고, 1978년 12월 30일 A 건물은 甲, 乙, 丙 명의로 각 1/3 지분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가 이루어졌다.

甲은 2018년 3월 16일 乙, 丙을 상대로 A 토지 및 A 건물에 관하여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위 소송에서 甲의 청구가 일부 인용되었다.

甲은 2018년 11월 6일 확정판결에 따라 A 토지와 A 건물에 관하여 취득시효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각 마쳤고, 2018년 11월 28일 자신의 아들인 원고에게 A 토지 및 A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하였다. 한편, 피고는 1974년 12월 24일 A 토지에 인접한 B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였고, B 토지를 포함한 2필지 토지 지상에 B 건물을 신축하여 1991년 2월 11일 이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B 건물은 A 토지 중 1㎡ 부분(이하 “본건 토지”)을 침범하였고,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B 건물 철거 및 본건 토지 인도, 본건 토지에 관한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하였다.

2.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1심, 2심)은 피고가 1991년 2월 11일 B 건물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침에 따라 甲은 본건 토지에 대한 점유를 상실하였고, 본건 토지에 관하여는 甲의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위 토지에 관한 甲과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모두 원인 무효라고 판단하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피고가 B 건물을 신축하여 본건 토지를 직접적·현실적으로 점거하였다고 하더라도 甲의 본건 토지에 관한 점유가 상실되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의 직접적·현실적인 점유 사실만으로 甲의 소유권이전등기의 추정력이 깨어진다거나 위 등기가 무효로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등기의 추정력

등기의 추정력이란 어떠한 부동산에 대하여 등기가 이루어지면 그 등기에 따른 ‘실체적 권리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효력을 의미한다. 법률에서는 등기의 추정력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대법원은 등기원인과 등기절차에 관하여 등기의 추정력이 미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다72029 판결 등). 여기서 등기의 추정력이 법률상의 추정인지 아니면 사실상의 추정인지에 관하여 다툼이 있으나. 판례와 통설은 법률상의 추정이라는 입장이다.

대상판결은 종전 대법원 판례와 마찬가지로 등기의 추정력이 등기원인에도 미친다고 판단하며 피고로 하여금 등기원인과 반대되는 사실, 즉 甲의 점유취득시효가 무효임을 입증하도록 하였다.

등기의 추정력은 입증책임의 분배와 증명의 정도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이고, 본건에서도 판단기준으로 작용하였다. 등기의 추정력에 관한 민법상 규정이 없는 점, 현실에서는 실제와 다른 등기원인으로 등기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점, 등기관은 형식적 심사만을 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법률상 추정보다는 사실상 추정을 인정하여야 하는 견해도 있으나, 민법에서 동산의 물권 변동의 방식인 점유에 관하여 법률상 추정을 인정하고 있으므로(민법 제188조, 제200조) 부동산의 물권 변동의 방식인 등기(민법 제186조)에 관하여도 법률상 추정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기절차에 의하여 등기가 실체적 권리관계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사실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점, 등기가 이루어지고 오랜 시간이 지난 경우 등기원인의 서류를 보관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기부상 등기명의인이 등기원인 사실에 대하여 입증책임을 부담한다면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법률상 추정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에 등기의 추정력에 의하여 피고에게 입증책임을 부담하게 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나. 확정판결에 의한 등기의 추정력

대법원은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이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경우… (제3자가) 위 등기원인의 부존재를 이유로 확정판결에 기한 등기의 추정력을 번복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등기의 추정력을 번복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입증의 정도를 넘는 명백한 증거나 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며(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다26252 판결),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등기보다 확정판결에 의하여 이루어진 등기에 대하여 더 강한 추정력을 인정하고 있다.

대상판결도 위 종전 대법원 판례를 그대로 인용하며 “이러한 사정(피고의 직접적·현실적 점유사실)만으로 본건 토지에 관한 甲 명의 소유권이전등기의 추정력이 깨어진다거나 위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의 등기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판단하였다.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등기보다 확정판결에 의한 등기의 추정력을 더 강하게 인정하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등기는 등기관의 형식적 심사만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확정판결에 의한 등기는 법원의 실체적 판단을 거쳐 이루어져서 보다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추정력의 차이를 둘 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상판결이 甲의 점유취득시효 사실을 부인함에 있어 피고에게 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 것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 물리적·현실적 지배(점유)와 사실적 지배의 관계, 甲의 점유 상실 여부

점유란 “사회관념상 어떤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있다고 보여지는 객관적인 관계”를 말한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38266 판결 등). 대상판결을 포함한 대법원은 “‘사실적 지배’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물건과 사람과의 시간적·공간적 관계와 본권 관계, 타인지배의 배제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 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2다201410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하였다. 위 판례에 의하면 물리적·현실적 지배는 사실적 지배의 한 유형에 해당한다.

한편, 원심과 대상판결은 공통적으로 피고가 1991년 2월 11일 B 건물을 신축하면서 본건 토지를 직접적(물리적)·현실적으로 점유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피고가 본건 토지를 점유하면서 甲의 본건 토지에 대한 점유를 상실하였다고 판단하였고, 반면에 대상판결은 “피고가 본건 토지를 직접적·현실적으로 점유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점유가 적법한 권원에 의하여 개시되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甲이 피고의 위 점유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甲의 점유가 상실되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원심과 달리 “타인지배의 배제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하여 甲의 점유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특이하게 본건 토지에 관하여 피고의 점유(물리적·현실적 지배)를 인정함과 동시에 甲의 점유(사실적 지배)까지 인정한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공유관계나 점유매개관계가 아니라 본건과 같이 점유자와 회복자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안에서도 피고의 점유와 甲의 점유를 모두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점유의 침탈을 당한 때’라 함은 점유자가 그 의사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실적 지배를 빼앗긴 경우를 말하는데(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2459 판결), 본 사안의 경우 피고는 B 건물을 신축하며 본건 토지의 점유를 침탈한 것이고, 甲은 점유물반환청구권을 행사하여 점유를 회복하기 전까지 점유(사실적 지배)를 빼앗긴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피고는 B 건물을 신축한 이래로 약 30년 가까이 동안 본건 토지를 점유하였고, 본건 토지는 실질적으로 B 건물의 부지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甲의 점유가 상실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라. 등기의 추정력 번복

대상판결은 피고의 점유만으로 甲의 등기의 추정력이 깨어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등기의 추정력이 법률상 추정이고, 확정판결에 의한 등기의 추정력을 더 강하게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점유사실과 甲의 점유상실 사실이 명확한 본 사안에서 甲이 점유를 상실한 본건 토지 부분에 한하여만 점유취득시효 사실을 부인하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만약 이와 같이 판단하지 아니한다면 피고가 사실상 甲의 점유취득사실을 부인할 방법이 어떤 것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보다는 원심의 판단이 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배상현 변호사

OCI주식회사 법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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