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율 변호사
최경율 변호사

누군가 나한테 변호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물어보면 요샌 집요함이라고 대답한다. 담당하는 사건들을 집요하게 파고들다가 생각하지 못했던 해답을 얻었던 경험도 있고, 그리고 집요하게 다투다 보면 소송이 다른 국면으로 흘러가는 상황도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평화주의자지만, 원래 성격과는 다르게 꼼꼼하고 집요하게 사건을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오랫동안 노력하다 보니 실제로 사건을 진행할 때 성격이 많이 바뀐 것 같다. 남의 사건에는 한없이 꼼꼼하고 집요해졌는데 막상 내 일이 되면 그렇게 되지 않는다.

얼마 전 구매한 지 1년 된 차를 누군가 세차게 긁고 갔다. 차를 구매한 후 처음으로 블랙박스를 확인했는데 주차 중 녹화가 꺼져 있었고, 아파트 cctv의 사각지대에 주차되어 있어서 범인을 쉽게 잡지는 못하는 상황이었다.

기필코 범인을 찾겠다는 일념하에 ‘경찰에 신고하고, 근처에 있던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인하고, 범인을 알고 있으니 좋은 말로 할 때 용서를 구하라는 메모를 붙여야지’라고 계획을 세웠다. 벌써 3주가 지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도 오토바이 운전자와 비충돌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오토바이를 손으로 잡고 있다가 살짝 놓쳐서 오토바이가 지면에 닿은 정도였는데 보험사 직원은 상대방이 오토바이 수리비로 230만 원을 청구했다고 했다. 오토바이가 얼마였냐고 물어보니 새 오토바이 기준으로 250만 원짜리라고 한다. 너무 화가 나서 이 부분에 대하여서는 별도의 소송을 하더라도 그러한 보상은 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벌써 3년이 지났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말이 있듯, 의뢰인의 사건에는 일자 하나 하나 메모하고 기록하면서 기일을 지키려고 노력하면서도 공과금 내는 기간은 매번 못 지키고 지연금을 내곤 한다.

이런 성격이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일까지 의뢰인 일처럼 처리했으면 스트레스로 쓰러졌을 것이라고 위안을 삼는다. 그렇다고 범인 잡는 것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내 차의 앞부분은 여전히 하얗게 긁혀 있고, 나는 범인을 잡을 것이다.

/최경율 변호사
법률사무소 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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