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옥 변호사·임명공증인
박승옥 변호사·임명공증인

법률방송 뉴스에 의하면, 판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현재의 판사 3214명을 4214명으로 1,000명 증원하는 법안을 발의하였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판사 1인당 연간담당 건수는 464건으로서 독일의 5.17배, 프랑스의 2.36배, 일본의 3.05배에 이른다. 그렇게 1,000명을 늘려도 1인당 담당건수가 300건에 달하여 업무의 과도함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의구심을 표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기사는 보도한다.

대법관의 업무과중의 해소방안으로서 별도의 상고법원의 설치가 추진된 적이 있었음은 주지하는 바이다. 판사들의 업무증가에 따라서 증원이 요구됨은 부분적으로 불가피하겠지만, 이를 주된 해결책으로 삼는 것은 결코 타당할 수 없다. 상고법원의 설치로써 대법관의 업무과중이 일시적으로 경감된다 한들, 추가적 상고법원의 설치가 거론되는 데에 또 얼마 걸리지 아니할 것이다. 해법은 각급 법원에 들어오는/올라오는 사건 수 자체를 줄이는 것이고 사건마다에서의 판사의 업무적 개입을 줄이는 것이다.

미국에서 실시되는 디스커버리(Discovery, 증거캐기; 넓은 의미)는 위 두 가지를 한꺼번에 달성하는 데에 유효하다. 소송이 시작되면, 법원은 상관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당사자들이 알아서, 증거가 됨직한 자료를, 스스로 상대방에게 내놓거나(Disclosure), 기본적으로 일곱 가지 방법으로써 서로에게 또는 제3자에게 요구하여 제공받는다(Discovery; 좁은 의미). 디스커버리의 한 가지인 법정 외 증언녹취(Deposition)는 누구든지를 법정 외의 곳에 - 흔히는 요구 측 변호사 사무실에 - 불러 속기사의 속기·녹음·녹화 가운데 7시간 동안 물을 수 있는 절차인데 법원은 10매의 벌칙부소환장을 법원의 관인 이외의 부분을 백지로 하여 당사자 누구에게나 내 준다. 그 물을 대상의 인적사항을 당사자가 보충하여 소환하게 된다. 원칙적으로 10명까지를 물을 수 있고, 더 필요하면 법원으로부터 벌칙부소환장을 추가로 발부받으면 된다. 소환에 불응하는 증인에게는 법원모독죄가, 그의 출석을 대비하느라 지출한 타임차지의 변호사 보수의 제재가, 그리고 증언하는 증인에게는 위증의 벌칙이 에누리 없이 적용된다. 한 명 한 명의 증언에 따라 그 은폐·인멸된 것들의를 포함하여 추가적 자료들의, 찾아내기가 촉진되고 기초사실들이 충실하게 드러나게 되어 사실관계의 왜곡이 방지된다.

법원은 당사자들 사이의 불성실의 호소가 있을 때에만 보충적으로 개입하여, 명령을 내리고 제한을 가하며 불성실 측을 엄정하게 - 심지어는 궐석판결(Default Judgment)조차를, 상당한 액수의 벌금을, 숨긴 자료를 찾아내느라 들인 상대방 변호사의 타임차지 기준의 보수를 포함하여 - 제재한다. 전체적으로 법절차에서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는 사실은 약속을 지키며 이웃을 존중하는 성실한 기풍을 북돋아 소송건수를 줄여준다.

제기되는 소송들은 많은 것들이 법원의 큰 개입 없이 화해로, 취하로 종결되고 이미 드러난 사실관계 아래서 항소율은 낮다. 우리는 사실관계에 대하여 제일 모르는 판사가 사실관계를 제일 잘 아는 당사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되느니 안 되느니, 감놔라 배놔라. “지휘”하신다. 상대방이 숨겨서 이겨먹은 그 진실을 항소심에서는 상고심에서는 밝혀낼 수 있을까 여한이 남는 패소 당사자들이 항소에 상고에 저마다 나아간다.

판사들 업무를 줄이는 쉬운 한 가지가 더 있다. Federal Rules of Civil Procedure Rule 4에서 보듯이 미국의 민사절차에서는 송달을 원칙적으로 당사자 책임 하에 실시하고 있고 이에 의하면 당사자 자신을 제외한 18세에 달한 누구든지가 즉 가족, 직원, 송달대행 서비스업자 등이 송달을 실시할 수 있다. 피송달인을 그 자리에서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의 귀가 때까지 송달인이 기다릴 수가 있고 또는 수소문을 통하여 그의 소재를 알아낼 수도 있다. 이 방법에 의하면 불과 수삼 일의 짧은 시간 내에 송달이 완료될 수 있는 데다가 법원의 개입은 없으므로 신속한 송달을 확보하고 법원인력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우리의 직권송달주의 아래서 법원은 소장송달의 과업을 자임하고서는 봉투 쓰고 소장·안내문 넣고 집배원실에 맡기는 허드렛일에 수고를 기울인다. 집배원은 초인종을 눌러 인기척이 없으면 송달불능으로 보고하고, 판사님은 주소보정을 명하느라 분주하시다. 그 사이에 아무런 절차진행 없이 여러 달이 훌쩍 지나 간다. 우리 판사님들이 업무과중으로 쓰러져들 가시는 가운데서 말이다.

/박승옥 변호사·임명공증인
공증인 박승옥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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