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26일 '2023년 학술대회' 개최... 올해 달군 법률 이슈 총망라

ACP·기업승계 규제완화·안무저작권 등 다채로운 주제 놓고 심층 토론

"압수·진술거부권 활용해 로펌 압수수색에 적극 대응해야... 지침 필요"

△ 이상원 대한변협 학술위원장이 26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 지하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2023년 대한변협 학술대회'를 마치며 마무리멘트를 하고 있다 
△ 이상원 대한변협 학술위원장이 26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 지하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2023년 대한변협 학술대회'를 마치며 마무리멘트를 하고 있다 

올해 학계와 실무계에서 주목을 받은 법률 이슈와 쟁점을 총망라해 학술적으로 검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로펌 압수수색이 자꾸만 반복되면서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CP) 입법 전이라도 진술·압수거부권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케이팝(K-POP)의 인기를 견인하는 '춤꾼'들의 안무저작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제도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 등 신선한 주제가 쏟아져 시선을 끌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26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 지하1층 세미나실에서 ‘2023년 대한변협 학술대회’를 열었다.

김 협회장은 "현대 사회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복잡 다변해지고 있고, 분쟁의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법조인들은 전통적인 분야는 물론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로 시대 흐름을 따라가고, 활동 무대를 넓혀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들과 그에 관한 법률 쟁점들에 대해 고찰하고, 발전적인 논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압수·진술거부권 활용해 로펌 압색에 적극 대응...  지침 필요"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CP)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근 변호사사무실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의뢰인들이 사건 정보를 정확히 알리지 않아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취지다. 

역대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사례로는 △2016년 롯데그룹 탈세의혹 수사 관련 법무법인 율촌 압수수색 △2018년 사법농단사건 수사와 관련해서 일본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압수수색 △2019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 애경산업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압수수색 △2020년 모 재벌 프로포폴 투약 의혹 관련 병원관계자의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2022년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김만배를 변론하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 압수수색 △2023년 10월 카카오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당시 카카오를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 압수수색 등이 있다.

양홍석(사시 46회)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변호사의 비밀유지권 :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2016년 롯데그룹 탈세의혹 수사와 관련해 수사기관이 법무법인 율촌을 압수수색한 이래 변호사에 대한 압색이 부쩍 늘고 있다"며 "언론에 알려진 사례만 보더라도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일종의 수사 기법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더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니어서 의뢰인들이 변호사에게 비밀을 털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심지어 변호사가 '비밀의 저수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ACP 입법을 통한 강력한 비밀유지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 변호사는 압수거부권 행사 등 현행 법제도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효적인 대응방안을 설명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비밀유지권을 도입하는 입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뢰인을 압수수색해서 변호인과의 의사소통 자료를 확보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며 "변호인과의 의사교환 등 내용이 기재된 서류·메모, 변호사가 작성해 건넨 의견서·계획·메모 등을 압수해 수사의 단서, 자료로 활용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준항고와 헌법소원 제기 등으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형사소송법상 압수거부권이 존재하므로,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 시 이를 적극 사용하고, 이에 반하는 수사기관의 처분이 있으면 준항고 등을 거쳐 '비밀유지의무' 존재의 항변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압수거부와 증언거부를 할 수 있는데도 임의로 압수에 응하지 않도록 변협이 관련 지침이나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변호사와 의뢰인의 비밀유지권을 완전하게 보장할 수 있도록 △비밀유지 대상과 예외 명확화 △개별법률에서의 비밀유지 규정 마련 △비밀유지침해에 관한 별도 심판절차 도입 등을 입법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남기엽 변호사(오른쪽)가 26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 지하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2023년 대한변협 학술대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 남기엽 변호사(오른쪽)가 26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 지하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2023년 대한변협 학술대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손정영(변호사시험 6회)  변호사는 "비밀유지권 부재로 사내변호사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제약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며 "사내변호사 역할과 규모에 비춰봤을 때, 사내변호사 관련 사항도 법령에 상세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기엽(변시 7회)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실체적 진실이 유일한 목적이라면 복잡한 적법절차 원칙을 세울 필요도, 지킬 필요도 없으며 위법수집증거 및 전문법칙의 존재 의의도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는 헌법상 기본권인 진술거부권에서도 도출할 수 있다"며 "변호사의 비밀유지권 도입은 우리가 완벽하게 선(善)한 정부를 가질 수 없는 이상, 입법 내지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기업승계' 규제 완화 주장에… "부의 대물림" vs "사회가치 실현" 

기업승계 이슈에 대해서는 기업승계가 '기업 존속'이라는 사회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이므로 법적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부의 대물림'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부딪혔다.  

우리나라는 △가업상속공제 △기업승계주식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가업승계 상속(증여)세 납부유예 △연부연납제도 등의 '기업승계지원 제도'를 통해 기업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제도를 보유하고 있다. 

△ 조웅규 변호사(왼쪽)가 26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 지하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2023년 대한변협 학술대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 조웅규 변호사(왼쪽)가 26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 지하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2023년 대한변협 학술대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이날 조웅규(사시 51회)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기업승계에 관한 법적 제한과 해결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조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승계하는 것은 지배권 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기존 상속제도와의 관계 때문에 많은 제한이 따른다"며 "기업승계를 단순히 '부의 대물림'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국민경제의 핵심 구성요소가 존속하고 제 역할을 하기 위한 필수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을 승계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상속 관련 법률문제는 유류분 제도를 개선하고, 신탁을 폭넓게 활용할 경우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며 "특히 신탁을 활용한 기업승계 방안은 창업주와 후계자가 기업승계에서 배제된 상속인들을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고, 배당수익권 보유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함께 성장하는 것을 염원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또 "이본 쉬나드 파타고티아 그룹 회장이 4조 1800억 원 상당의 보유주식을 비영리단체에 기부하는 방법으로 상속세를 대폭 절감하면서, 기업을 승계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 사례가 있다"며 "우리나라 기업인들도 재단법인을 활용한 기업승계 방안을 통해 상속세 절감과 기업의 공익적 역할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개선안으로는 △중소, 중견기업에 대한 주식 취득 및 보유와 관련된 규제 완화 또는 폐지 △기업상속공제제도 사전요건 완화 △비상장 주식 납세담보 인정 △가업상속공제제도 적용 후 사후관리 기간을 모두 준수한 경우 가업상속공제 자산양도 시 취득시점을 상속받은 시점으로 판단하여 사실상 과세를 면하게 해주는 방안 △유류분반환청구 사전포기, 유류분반환의 금전배상원칙 도입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기업승계를 둘러싼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남궁주현(사시 49회)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론적 검토는 단순하게 제도 필요성과 수단·방법의 합리성만으로 달성되기 어렵다"며 "기업승계에 관한 제약은 기업을 보유한 자산가가 그 부를 후대에 대물림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승계를 제한하는 현행 규제는 이를 의도적으로 막기 위한 장애라기보다 기업승계 과정에서 당연히 적용되는 각종 법률을 중첩적으로 적용한 결과물"이라며 "기업승계 규제 완화가 타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2세나 3세가 기업 지배권을 온전히 넘겨 받고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까지 누린다'는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소외받는 '춤' 저작권… 안무가 성명 표시부터 의무화 해야"

케이팝 동영상 등에 작사가와 작곡가 뿐만 아니라 안무가의 이름도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중음악에서 안무가 핵심 요소로 대우받지만 정작 안무비는 일회성에 그치고, 저작권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다. 

△ 박선진 변호사가 26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 지하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2023년 대한변협 학술대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 박선진 변호사가 26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 지하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2023년 대한변협 학술대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박선진(변시 6회) 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안무 저작권의 내용 및 안무저작물의 보호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변호사는 "국내 케이팝의 인기 요인에서 '안무'는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필수 요소"라며 "특히 '포인트 안무(노래의 후렴 내지 간주 부분에서 대중들의 시선을 끌거나 대중들에게 각인을 줄 수 있도록 만든 안무)'는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래가 아무리 인기를 얻어도, 안무가(家)의 수익은 일회성 안무비가 전부이고, 저작권료도 배분되지 않는다"며 "케이팝 인기에 안무 요소를 빼놓을 수 없는 만큼, 안무가 저작권으로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은 국내 문화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안무 저작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안무가 표시 대중화 △안무 기록화 △일회성 안무비 외 추가 수익 창출 활성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케이팝에서 안무가 굉장히 중요한데도 국내 음악방송에서 안무저작자를 표시하는 사례는 드물다"며 "이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안무도 저작권법적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이라는 인식이 아직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무가를 표시하면 안무의 저작자가 따로 존재하고, 안무가 법적으로 보호받는 저작물이라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AI) 기반 모션 캡쳐 기술 등을 이용한 안무 기록이 있다면 저작자 권리와 이익을 비교적 수월하게 주장하고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노래가 한 번 재생될 때마다 일정한 금액이 작곡가 내지 작사가에게 지급되는 음원저작권과 마찬가지로, 저작물이 실연되는 건수마다 안무저작권도 인정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안무가들 스스로도 본인이 저작권자고, 본인들이 만든 안무가 저작물로서 보호가 되는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안무저작권을 관리할 신탁단체 설립과 저작권 보호대상 기준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진익(변시 4회) 안무저작권학회 변호사는 "안무가들이 서로 유명 가수의 안무를 자기가 창작했다고 서로 주장하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자료가 부족하다"며 "불분명한 권리관계 때문에 안무저작재산권 관련 분쟁에서 진정 권리자가 누구인지 매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무저작권 보호를 위한 첫 단추는 성명표시권 명시에서 시작된다"며 "안무저작권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대외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신탁단체를 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석구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몸짓이나 스텝, 표정 등 개별 요소는 일반적으로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데, 안무는 몸짓, 스텝 등으로 이루어진 일련의 흐름"이라며 "안무 저작권으로 인정되기 위한 '창작성'은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개별 요소들과 다른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점에 특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작권 보호대상이 되는 안무와 아닌 안무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범위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발전시키면 그 영역이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토큰증권공개(STO) 관련 해외 비교법 및 국내 주요 이슈 검토, 변호사 용역보수와 부가가치세 면세 등의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임혜령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