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 24일 서울고법 등 17개 기관 국정감사

소병철 "의뢰인 수사에 弁사무소 압색영장 부적절"

윤준 "민감 사안 법원에 몰려... 정치권이 해결 필요"

헤이그 아동반환 판결 집행, 재판 생중계 등 제언도

ㄱㄱ
△ 24일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실시됐다 (사진= 오인애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김도읍)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서울·수원고법과 서울중앙·의정부·인천·수원·춘천지법 등 17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이어진 이날 국감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의 재판부 배당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금 공탁에 대한 법원의 불수리 처분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 발부 △헤이그 아동반환 판결의 효율적 집행, 재판 생중계 등 사법 정책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질의와 질타가 오갔다.


● 법원의 이재명 사건 배당… "이재명 지키기" vs "규정 따른 것"

△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이 24일 실시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오인애기자)
△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이 24일 실시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오인애기자)

16일 검찰이 추가로 기소한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은 당초 단독재판부가 맡는 것으로 접수됐으나, 형사합의33부에 배당됐다. 형사합의33부는 앞서 기소된 대장동·위례신도시 등 사건을 맡고 있다.

이를 두고 전주혜(사법시험 31회)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은 "이 사건이 왜 재정 합의부 결정을 받은 것인지, 그리고 왜 이미 여러 사건을 맡고 있는 형사합의33부로 배당됐는지 모르겠다"며 "이로 인해 법원이 이 대표의 정치생명 연장을 목적으로 꼼수로 사건을 배당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도읍(사시 35회) 위원장도 "위증교사 사건의 공동피고인 A씨는 신속하게 법적 평가를 받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것인데, 이 사람은 인권도 없느냐"며 "기일 몇 번이면 선고될 사건인데, 혹시 신종열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자의적 판단으로 이렇게 결정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성북구갑)은 "재판부가 (사건을)배당하고 판결하는 과정 자체가 사법 독립의 표상"이라며 "그 절차를 문제 삼으려면 사법부를 행정부나 국회 밑에 두든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원(사시 38회)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수원시갑)도 "헌법은 대법원이 재판 사무에 관한 규칙을 직접 제정함으로써 재판 사무의 자율성이 보장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법원 사무 처리 규칙에 의해 재정 결정을 하고 합의부로 배당했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김정중(사시 36회)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위증교사 사건은 단독 사건으로 접수됐지만, 배당 주관자가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 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라 재정 결정부에 기록을 회부했다"며 "재정 결정부에서는 관련 예규 규정 중 '사회에 미치는 중대한 사건 또는 그밖에 사건의 성질상 합의체로 심판하는 것이 적절한 사건'이라고 판단해 재정합의 결정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는 형사소송법 규정상 '1인이 범한 수죄'이므로 '관련 사건'이 있는 재판부에 지정 배당할 수 있다"며 "형사합의34부로 배당하지 않은 이유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만의 특수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강제징용 피해배상 공탁 불수리… "권한 밖 행동" vs "2차 가해"

△ 윤준 서울고법원장이 24일 실시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오인애기자)
△ 윤준 서울고법원장이 24일 실시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오인애기자)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법원의 배상금 공탁 불수리 처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지난 3월 일본 기업이 내야 할 배상금을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모금한 돈으로 대신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피해자들이 이러한 '제3자 변제 방식'을 거부하자 재단이 법원에 돈을 공탁했다. 다수 법원은 "당사자들이 반대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혔다"며 '불수리' 처분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피공탁자의 의사가 명백하다'며 법원 결정이 나왔다"며 "민법 제469조와 관련해 이런 판결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469조 1항은 채무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지만,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으면 그럴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동혁(사시 43회) 국민의힘 의원(충남 보령시서천군)은 "민법 제469조 해석에 대한 명확한 판례가 없고 학설도 갈리고 있다"며 "금전 채권을 제3자가 변제한다고 하는데 채권자가 반대하는 경우를 상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까지 명확한 판례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공탁 공무원이 법률적 해석을 하고 공탁 수리 여부를 판단한 것 자체가 형식적 심사권을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승원 의원은 "민법과 공탁 규정, 주석서 등도 있지만, 우리 헌법에 '대한민국이 3·1운동 정신 계승하고, 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한다'는 선언도 있다"며 "전쟁 범죄라는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왜 우리 정부가 대신 갚느냐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변제 공탁을 원하지 않아 법원에서도 그렇게 판결을 선고한 것"이라며 "제국주의에 의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것만으로도 억울한데, 국감에서 이런 이야기를 또 하는 건 국감을 보는 피해자분들에 대한 '2차 가해'"라고 강조했다.

윤준(사시 26회) 서울고법원장은 "이런 민감한 사안들은 정치권에서 현명하게 해결하고 입법적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이런 문제가 자꾸 법원에 와서 법관들을 당혹스럽게 한다"고 토로했다.

김 원장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법리적 쟁점에 관한 부분이라 이 자리에서 제 의견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각 재판부에서 다시 신중하게 판단하고, 최종적으로는 대법원에서 통일된 법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 소병철 의원 "변호인 조력권 등 기본권 수호의 최후 보루는 법원"

△ 김영훈 대한변협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8월 서초동에서 열린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반대 시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김영훈 대한변협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8월 서초동에서 열린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반대 시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소병철(사시 25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갑)은 법원의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소 의원은 "형사 기본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변호인 조력권"이라며 "수사를 하면서 변호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것에 대해 영장을 발부해 주는 판사들은 도대체 헌법을 공부한 분들이 맞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한변협이 법원 앞에서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반대 피켓 시위를 했는데, 변호사들이 단순히 생계에 지장 받는다고 해서 피켓시위를 했겠느냐"며 "여러분이 존경하는 어느 고위 법관도 탄식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지적을 서울중앙지검에서 했더니 '영장 받아서 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다시 한번 기본권 수호의 최후 보루는 법원이라는 점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변호사의 비밀유지권, 그리고 당사자의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 등 침해 우려가 크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압수수색에 심사는 좀 더 엄격해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변호인이 범죄에 연루됐거나 중요한 증거의 인멸 장소로 제공됐다는 사실 등이 분명히 드러난 경우에 한해서만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원을 옹호했다.


● 헤이그 아동반환 판결 효율적 집행 등 각종 제언들 이어져

△ 최호식 서울가정법원장이 24일 실시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오인애기자)
△ 최호식 서울가정법원장이 24일 실시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오인애기자)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사법 정책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북구을)은 한국인 아내가 자식들을 데려가 4년째 자식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존 시치(John Sichi) 씨의 영상을 틀며, 헤이그 아동반환 판결의 효율적 집행을 방해하는 대법원 재판 예규 개정을 촉구했다.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은 한쪽 부모가 불법 탈취한 아동을 신속하게 돌려받고, 면접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약이다.

존 시치 씨는 영상에서 "헤이그 아동반환 판결 집행을 위해 법원 집행관과 함께 방문했지만 집행관은 아이들에게 '아빠와 함께 가고 싶니'라고 물었을 때 아이들이 '아니'라고 하자 집행관이 집행을 거부했다"며 "이러한 집행 방식 대문에 법원이 몇 년을 들여 한 모든 판결들이 무력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비례대표)은 재판에 대한 국민의 접근도가 낮아 언론 보도에만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을 지적하며, 대법원뿐 아니라 하급심 재판까지도 생중계하자고 주장했다. 

또 사회적 영향력이 크거나 민감한 사건을 3인의 합의 재판부가 판단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는 영장 전담판사 1명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맡고 있다.

소 의원은 법원의 작량감경 선처 행태를 지적하며 "국민들이 처벌이 너무 가볍다고 아우성을 치니 국회에서 특별법이 자꾸 만들어지고 있는 형국"이라며 "특별법에서 무조건 중형을 규정하고 있으니 작량감경해야 된다는 법원의 행태는 주권자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점식(사시 30회) 국민의힘 의원(경남 통영시고성군)은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법원의 양형 판단이 가볍다"며 "현대 사회는 기술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생존이 결정되니,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영환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