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국회입법조사처, 13일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통한 민사소송 선진화 방안' 세미나

"자료보호명령 신청 등에 시간·비용 증가" vs "화해 촉진, 오히려 분쟁 비용 줄이는 효과"

△ 박광선 법원행정처 민사지원제1심의관(판사)이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관한 검토'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박광선 법원행정처 민사지원제1심의관(판사)이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관한 검토'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국내 민사소송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보완 방식으로 디스커버리 제도(증거개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체적 진실 발견에 도움을 주면서 사회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13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국회입법조사처(처장 박상철)와 함께 '민사소송 선진화 방안-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제도 도입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박광선(사법시험 49회) 법원행정처 민사지원제1심의관(판사)이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관한 검토'를 주제로 발표했다.

박 판사는 "미국은 상대방 당사자 또는 제3자가 법원의 심리에 필요한 서류 제출을 거부하는 사례가 적다 보니, 법원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해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소송 결과를 도출할 위험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자료와 사실관계가 사전에 수집·정리된 상태에서 변론절차에 돌입하면 법정에서 논의되는 쟁점이 법률적 내용에 한정돼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며 "판결선고 전 화해, 조정 등으로 소송절차가 종결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미국에서는 민사사건 대다수가 변론 전 단계에서 판결선고 외 방법으로 종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법관의 업무 부담을 감소시켜 판사가 주요 변론사건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소송기간과 소송비용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남겼다.

박 판사는  "미국에서 '문서·전자적 정보 또는 물건 교환 절차'를 당사자의 소송 기간과 소송 비용을 크게 증가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며 "미국은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 당사자에게 광범위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상대방 당사자는 많은 자료의 열람·복사를 허용하되, 공개하면 안 되는 부분은 선별적으로 보호 명령을 신청하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과정에서는 변호사의 조력 없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가 없다"며 "다만 많은 시간이 소요돼 소송기간이 늘어나고, 그에 비례해 비용이 늘어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거수집 절차 개선은 우리나라 민사소송 제도의 틀을 유지하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기적인 증거수집 제도 개편 방안으로는 △진실의무 도입 △증언녹취제도 도입 △ 문서제출명령 제도 개편을 제안했다.

△ 김주영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변호사)가 '민사소송 선진화 방안-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제도 도입을 중심으로' 세미나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 김주영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변호사)가 '민사소송 선진화 방안-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제도 도입을 중심으로' 세미나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토론에서는 미국 디스커버리 제도의 상당 부분을 우리 민사소송법 체계에 과감히 접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과 효과적인 유인(인센티브)이 잘 결합돼 있다는 이유다.

김주영(사시 28회)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은 "2005년 도입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도 미국식 집단소송 제도를 우리 민사소송법의 특별법 형태로 도입한 것"이라며 "도입 논의 시에는 소송이 남발될 것, 기업경영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할 것, 과도한 소송비용이 발생할 것, 당사자주의의 후퇴 등 기존 민사소송법 체계와 불일치로 재판청구권의 침해 등의 부작용이 야기될 것 등의 비판이 있었지만 실제로 도입해 보니 별 부작용 없이 작동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소송 제도라고 무조건 우리 민사소송법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며 "그 취지를  살려 기존 법체계와 부합하는 방향으로 도입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소송에서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공정, 신속하고 충실한 1심 재판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화해 등을 촉진해 전체적으로 분쟁 관련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호연(변호사시험 1회)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는 "어떤 방향이 민사소송의 바람직한 선진화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각계 입장에 따라 견해 차이가 있다"면서도 "우리나라 민사소송체계에서 디스커버리 연구반의 구상은 합리성을 갖추고 있고 향후 입법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2021년 '디스커버리 연구반'을 구성하고, 지난해 10월 열린 제23차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 등 도입 검토' 안건을 논의한 바 있다.

/오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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