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대한변협 등록 해상 전문 변호사
김현 대한변협 등록 해상 전문 변호사

2019년 7월 12일 새벽 1시, 욕지도의 한 앞바다에서 선원이 실종되었다. 선박의 스크루에 그물이 걸리자 당시 기관장이던 실종자가 잠수하여 그물 제거 작업을 하던 중 사라진 것이다. 그는 9시간이 지난 후에야 스크루에 감겨있는 싸늘한 시신의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망인의 아내는 생명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면책사유를 들어 지급을 거절했다. 문제의 상해보험 약관에는 선박승무원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발생한 사고에 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내는 남편이 ‘잠수한 동안’ 그물에 걸려 사망하였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보험사는 기관장이 선박에 탑승하는 것은 ‘직무’이므로 면책사유가 있다고 반박했다. 유족들과 보험사의 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졌으며 결국 소송에 이르게 되었다.

제1심과 제2심 창원지방법원 2022. 8. 19. 선고 2021나58407 판결은 유족의 손을 들어주었다. 창원지법은 ‘탑승’의 개념에는 선박 등에 올라타는 것 외에 탑승 전후에 걸쳐 탑승과 밀접하게 이어지는 행위를 포함된다고 보았다. 그러면서도 잠수행위는 선박에 탑승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수반되거나 탑승 전후에 걸쳐 불가분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결국 보험사가 주장하는 면책사유가 없으니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한편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다272169 판결은 제1심, 제2심의 판단을 모두 뒤집고 보험사의 승리를 선언한다. 망인은 ①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발생한 선박의 고장을 ② 선장의 지시에 따라 수리하기 위하여 ③ ‘일시적으로’ 선박에서 이탈하여 잠수한 것이므로 전체적으로 선박에 탑승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대법원은 보험사의 면책 항변을 받아들여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책임을 부정하였다.

대법원은 왜 이같이 판시한 것인가? 보험은 공익적 성격이 강해 보험기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보험계약이 기본적으로 예정하고 있는 위험을 초과하는 경우라면 보험금이 쉽게 지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유족으로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겠으나, 사전적 의미의 탑승과 규범적 의미의 탑승은 구분되어야 한다. 추상적으로 기술한 약관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실을 모두 담을 수 없기에 법관은 그 작성자의 의도를 고려하여 분쟁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보험사가 약관으로 선박승무원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발생한 사고에 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는 그러한 경우 사고발생의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선원이 ‘잠깐’ 선박을 벗어나 해상에 잠수한다고 하여 그러한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므로 위 대법원 판결은 구체적 타당성을 갖춘 합리적인 판결이라고 평가된다.

/김현 대한변협 등록 해상 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세창·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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